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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 Sara Sep 22. 2022

왜 이렇게 짜증이 날까

삐뽀삐뽀, 내 안의 경고음이 울렸다


이대론 안되겠다, 라는 위기감이 들었다.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위험하다. 삐뽀삐뽀, 내 안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이제 그만 멈춰. 너 지금 무리 하고 있어. 아, 그렇구나. 지금 나 좀, 버겁구나. 




얼마 전부터 자꾸 별 것도 아닌 일로 짜증이 났다. 거실에 너저분하게 널린 아이들의 책과 장난감을 보면서도, 등원 시간 앞두고서 꾸물거리는 아이를 보면서도. 남편의 사소한 행동에서도. '이건 좀 오바야.' 라고 스스로에게 브레이크를 걸면서 애써 화를 꾹꾹 눌러 담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내 얼굴 표정으로 이미 '나 지금 매우 화가 났노라고' 소리 없이 외치고 있었으니까. 들통나버렸다.




분명 아이들이 나갔다 들어오기 전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는데. 그리고 이전까지는 그 시간만으로도 충분했었는데. 뭐가 문제인걸까? 그 원인을 생각해볼 시간도 없을만큼 바빴다. 일에 치여서 하나씩 쳐나간다는 표현이 적합할만큼 정신없이 살았다. 사회생활 하고 돌아온 사랑하는 가족들을 따스한 눈으로 바라볼 시간도 없을만큼 일을 벌였구나, 내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를 돌보지 못했구나.









원씽에 집중하기


플래너를 쓰면서 가장 좋은 점은 나의 한계를 깨닫고 할 수 있는만큼의 선을 그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영어'에 미치는 1년이 되겠다고 열정적으로 이것저것 신청해서 공부했던 작년이 생각났다. 도대체 사라님은 이 많은 걸 어떻게 다 하시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다 해내기도 했다. 급체를 해서 아파 죽을 것 같아 시름시름 앓으면서도 해야 할 것들 하고 누웠다. 브레이크가 없는 불도저처럼 앞으로, 앞으로 쉬지 않고 나가기만 했다. 백신 후유증으로 심하게 앓아서 강제 멈춤을 당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리고 한참을 쉬다가 시작한 것이 '플래너'였다. 나의 시간과 능력을 한계를 알고, 할 수 있는 만큼만 계획 세우기. 한 번에 하나씩, 원씽에만 집중하기. 그래서 잘 연습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오만이었다. 또 과한 욕심으로 미친듯이 질주만 했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이건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니까. 이렇게 하나둘 추가된 것들이 내 숨을 조여왔다. 나같은 성취주의자는 이런 게 참 위험하다. 이거다 싶으면 앞뒤 재지도 않고 빠져서,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것. 똑같은 시간에 훨씬 많은 일들을 하려고 하니 마음의 여유가 사라졌던 거다. 아이들이 오는 시간이 전혀 반갑지가 않고, 그 전에 모든 것을 끝내놔야 한다는 데드라인이 되버린 거다. 




나에게 와서 조잘대는 아이의 말이 귀찮게 느껴질 때는 위험신호다. 집중하고 싶은데 아이들의 까르륵 거리는 웃음소리가 너무 시끄럽게 느껴질 때. 그때가 잠깐 멈추어야 할 때다. 내 목적과 목표가 뒤바껴서는 안 되니까. 






나를 돌보기



그렇게 많은 것들을 하느라 정작 내 자신에 소홀했다. 내 마음을 들여봐주고, 토닥여줄 시간이 없었다. 가장 즐거워하던 책 읽기는, 미션에 치여서 과제가 되고 말았다. 책 이외에 유일한 낙이었던 커피 한 잔은 '커피 마시면 물 1리터 더 마시라'는 건강프로젝트의 리더님 말 덕에 그냥 포기했다. 주말이며, 다가오는 휴일이며 아이들을 위해 여행 일정을 잡아두었더니 그 전에 할 일을 마치려고 내 마음이 더 조급해지고 말았다.




의무감이 아니라, 즐거워서 하는 일들이 필요하다. '나를 더 성장시키기 위해서', '아이들을 위해서' 가 아니라. 그냥 나를 위해서 하는 일들. 아무 이유없이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들 말이다. 




이번 주말에는 읽고 싶었지만 서평을 써야 하는 책들 때문에 내내 밀려 읽지 못했던 책을 들고, 커피 한잔과 함께 자연 속으로 한 번 나가봐야겠다. 조금 늦어도 괜찮으니까. 그동안 나를 잃지 않으면서 가는 게 더 중요하니까. 나만의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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