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데 왜 안 해요??
고명환 님의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일고 그 책의 원씽으로 '10쪽 독서'를 시작했다. 완독 한 바로 그날, 집에 처박혀 있는 책들을 모아 19권을 만들었다. 그리고 독서기록장과는 별개로, 노션에 책들의 리스트를 만들었고, 3일 뒤인 화요일, 바로 실행에 옮겼다.
10쪽 독서란, 하루에 10쪽씩 책을 읽는 것이다. 그런데 한 권만 읽는 것이 아니고 30권을 읽는다. 한 분야만 파는 '직렬 독서'와는 다르다. 30권에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골고루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 책들을 하루에 10쪽씩만 읽으면 끝이다. 아주 간단하다. 저자는 그렇게 딱 1년만, 하루에 4시간씩을 투자해보라고 이야기했다.
이건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접근법이었다. 물론 책 읽기 습관을 들이기 위해 하루에 딱 10쪽씩만 읽어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건 책 한 권에 한정된 이야기였다. 이렇게 매일, 30권씩을 읽는다는 사람은 생전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이 사람이 이렇게 강추하는 것이라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단순히 그런 생각 하나로 바로 실행에 옮겼다.
대신, 한 번에 바로 30권씩 읽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책을 읽으려면 완독 하는데 한 달은 필요한데 빌린 책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일단 집에 있는, 가지고 있지만 다른 책에 밀려 처박혀 있던 책들만 모았다. 그렇게 모으고 나니 19권. 셀프 생일 선물로 <총 균 쇠>를 사서, 오늘부터 읽어나갈 예정이니 총 20권. 습관이 잡히면 조금씩 책 권수를 늘려가기로 했다.
그제, 어제, 그리고 오늘 아침. 이렇게 3일간 책을 읽었다. 10쪽씩이라고 가볍게 생각했다가 첫날은 고전했다. 아무리 10쪽씩이라고 해도 19권을 합치면 190쪽이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어느 정도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했다. 그렇게 하루 해보니 감이 잡혔다. 이렇게 쭉 해 나가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3일 차인 오늘. 3일 동안 10쪽 독서를 하며 깨달은 것들을 나누고 싶다. 고작 3일밖에 안 해보고? 좀 더 해보고 나눠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고작 3일'하고 이렇게 좋은데, 30일 그리고 300일 꾸준히 하면 얼마나 좋을까? 내 마음에 가득 찬 이 기대감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 그리고 함께 하고 싶다. 이렇게 좋은데 왜 안 해요?
이 세상엔 좋은 책이 너무 많다.
책을 좋아하고 책으로 힐링하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해서는 손이 가지 않는 책들이 있다. 표지 디자인, 책의 두께나 판형(크기), 제목, 문장들의 간격, 편집 스타일 등등. 내용과는 상관없이 책의 외적인 요소 때문에 이상하게 끌리지 않는 책이 종종 있다. 아니, 생각보다 많다. 그런 책들은 어떤 이유로 내 책장에 들어왔든, 첫 장을 펼치기조차 쉽지 않다.
이번 10쪽 독서 19권에 든 책들 중에서도 그런 책이 있었다. 계속 내가 외면해 왔던 책들. 그런데 30페이지쯤 읽어보니 알겠다. 이 책은 보물이라는 거! 역시 이래서 사람은 겉보다는 속을 봐야 한다. 10쪽 독서 시작하지 않았으면 발견하지 못했을 보물이다.
어떤 책이든 읽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
세상에서 가장 읽기 힘든 책은 어떤 것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한테는, 한 번 읽다 말았던 책이다. 분명 완독 하지 못하고 그만둔 이유가 있다. 그런 책들은 싫어하는 분야의 책이나, 벽돌책보다도 읽기 어렵다. 예전에 읽었던 다음 페이지부터 읽으려니 그 전 내용이 기억이 안 나서 찜찜하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다시 읽자니 지겹다. 분명 재미없어서 그만뒀던 책인데 그 재미없는 걸 두 번이나 읽으려니 억울하다. 다시 처음부터 읽을 것인가, 아님 그냥 이어 읽을 것인가. 이 딜레마에 빠져 고민하다 결국은 책장을 덮고 만다.
그런 책들도 리스트에 넣었다. 역시나, 읽기 싫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첫 장을 펼치기도 어려운 나에게 위안이 된 건, 겨우 10쪽이라는 사실이었다. 10쪽만 읽으면 되잖아? 눈 딱 감고 10쪽만 읽었다. 오늘 분량 끝!
이렇게 매일매일, 딱 10쪽만. 이 독서법이라면 어떤 책도 완독이 가능할 것 같다. 10쪽만 읽으면 된다는 사실이 책을 펼칠 용기를 준다.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 가능
우리 모두에게 시간은 유한하다. 하루 24시간. 그 시간 중에 책 읽는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사람도 많다. 겨우 시간을 낸다고 해도 사람이라면, 나에게 재미있는 책에 먼저 끌리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재미없지만, 꼭 읽어야 할 책(고전 같은 거)은 계속 순서에서 밀리기 일쑤다. 이왕 책 1권을 완독 할 거라면 내가 읽고 싶은 책만 읽고 싶다. 그런데 10쪽 독서를 하면 독서에 낼 수 있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수 있다. 편독하는 것이 싫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싶다면 10쪽 독서를 강추한다.
생각의 연결과 확장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다 보니 생각의 확장이 일어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분명 다른 분야의 책을 읽고 있는데 같은 맥락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맥락. 요즘 계속 생각하고 있는 단어다. '우리 미술 이야기'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현대인의 눈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 당시에 이 유물이 어떤 의미였는지 맥락을 보고 그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스카우트 마인드 셋'에서는 '체스터턴의 울타리'라는 것이 나온다. 길을 걷다가 울타리를 발견했는데 그 울타리가 어째서 길을 막고 있는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러면 우리는 흔히 '누가 여기에 울타리를 쳤지? 멍청하고 쓸데없는 짓 같아. 철거해야겠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그 울타리가 거기 있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한, 그 당시 어떻게 쓰였는지 파악하지 못했다면 철거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여기서도 맥락이 중요하다.
이렇게 서로 다른 책을 읽으면서 같은 것을 생각한다. 고작 3일차인데도 생각들이 연결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책을 읽는다면...? 얼마나 많은 생각의 확장이 일어날 것인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콘텐츠 만들기
오늘 아침 책을 읽으면서, 인스타에 올려야지라고 생각한 것이 벌써 2개다. 책 1권을 읽고 완독할 때는 서평으로 피드 1개만 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여러 권을 동시에 읽다 보니 떠오르는 아이디어로 콘텐츠 만들기가 가능해졌다. 이런 콘텐츠들을 올리기 위해서 계정도 새로 만들어 두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인사이트들을 바로바로 기록하기 위해서.
고작 3일 읽었는데 좋은 점이 벌써 다섯 가지다. 매일매일 읽으면 그전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30권이 많다고 생각된다면 나처럼 19권부터 시작해도 된다. 그것도 많다면 할 수 있는 만큼부터 시작해 보자. 하다가 도저히 이 방법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그만둬도 괜찮다. 일단 해봐야 알 수 있다, 나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 실행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