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콱 박힌 한 문장
오늘도 이를 꽉 깨어 물고 참았다. 평소 같으면 이성의 끈을 놓고 흥분해서 모진 말을 쏟아부었을 텐데. 대견하게도, 기특하게도. 말을 하는 나도, 듣는 아이에게도 생채기가 나서 두고두고 후회할 그 말들은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았다.
오랜만에 새벽에 눈이 떠진 날이었다. 지난달 내내 아이도, 나도 아팠다. 그래서 무리하게 새벽 기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밤새 푹 자고, 아이가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났다. 이제 감기도 나았고, 체력도 어느 정도 회복했으니 새벽 기상을 다시 시작해 볼까. 어젯밤 자기 전에 생각했더니 거짓말처럼 오늘 새벽에 눈이 떠졌다. 그래서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책 읽는 것에 집중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시작한 아침이 순식간에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책에 빠져서 아이 깨우는 시간을 놓친 나 대신 남편이 학교에 갈 첫째를 깨웠다. 그래도 '엄마가 깨워주라'라며 일어나지 않는 아이에게 가서 잘 다독이고 아침마다 으레 하는 기도와 뽀뽀를 해주고선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다녀온 뒤에도 그대로였다. 엄마만 고집하는 아이 때문에 남편도 기분이 상해 있었다. 이 상황에 화가 나 조금 엄한 말로 아이에게 당장 일어나 나오라고 말했는데 아이는 서럽게 울음을 터트렸다. 아침밥 못 먹는 건 당연하고, 당장 일어나 준비해도 지각을 할까 말까 싶어서 내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달래 보라는 남편에게는 "놔둬, 저렇게 하다 밥도 못 먹고 가서 지각도 하고, 배도 고파 봐야 나중에 안 하지."라고 말했지만 등교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이 바빠지는 만큼 화가 올라왔다. 그래도 참았다. 내 마음속에 콱 박힌 한 문장 때문에, 아니 덕분에.
부모님의 감정 조절 전략과 자녀의 감정 조절 전략의 상관은 매우 높답니다. 즉 부모님께서 화가 났을 때 감정을 추스르는 모습을 자녀도 똑같이 따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건강하게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자녀에게 자주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얼마 전에 읽은 <기분대로 아이를 키우지 않겠습니다>라는 책에서 나온 문장이었다. 내가 여기서 화내고 소리 지른다면...? '이런 상황에선 화내고 소리 지르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꼴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뒤로는 초인적인 힘을 짜내서 참고, 참고, 또 참았다. 마음을 어루만지려 노력했고, 좀 더 상냥하고 다정한 말투로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려 애썼다.
다른 건 다 기억 못 해도, 이 하나만은 남았다. 내 마음에 콱 박혀서 내 생각을 바꾸고, 내 행동을 바꿔 주었다. 살다 보면, 아니 책을 읽다 보면 이런 문장들이 있다. 나에게 꽂히는 문장들. 그리고 그 문장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아직 완독하지도 못하고 책장에 전시되어 있는 책 <레이트 블루머>는 제목만으로도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었다. 다들, 각자의 속도가 있다. 늦게 꽃 피는 사람도 있는 법.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급했던 내 마음을 다독여주었던 책.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은 나의 블로그 이름이 되기도 했다.
왜 우리는 이처럼 서두르면서 삶을 낭비하는가? 우리는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죽기로 결심한 사람 같다. 제때의 한 바늘은 내일의 아홉 땀을 아껴준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내일의 아홉 땀을 아끼기 위해 오늘 천 땀의 바늘을 찔러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꾸역 꾸역 완독했던 <월든>에서 이 한 문장은, 미래를 준비하는데 급급해, 오늘의 기쁨을 놓치지 말라는 교훈을 주었다.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경기를 뛰는 선수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이 명예를 높이 쌓았다는 것이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이 인생에서의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 안의 가능성과 잠재력으로 인생이라는 경기에 성실히 임했다는 자부심이다. 아직 원하는 곳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아직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되지 못했더라도 계속 걸어가는 법만은 잊지 말아라. 아직 그대 안에 꽃 피지 못한 가능성이 남아 있다. 천천히, 그대 안의 가능성을 펼쳐라.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에 나오는 이 문장들은 아무리 힘들고, 노력하는 만큼 나아지지 않더라도, 인생이라는 경기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는 자세를 가르쳐 주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부의 본능>에 나오는 이 문장은 내가 자극에 본능적으로 반응하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배고파도 참고, 예쁜 물건이 있어도 사지 않고, 놀고 싶어도 일하면서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확보하고 인생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일깨워 준 문장이다.
나라는 존재는 그동안 내가 생각해온 결과물이다. 지금 생각을 바꾸면 나도 바뀌고 미래도 바뀐다.
생각일 뿐이라며 그것을 얼마나 사소한 것으로 치부했던가. 그런데 이 생각의 결과가 바로 지금의 나라는 존재라는 사실. 어떤 생각을 하느냐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이냐를 결정한다. <생각의 비밀>이란 책에서 가르쳐 준 교훈이다.
인생의 사관학교에서,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That which does not kill us makes us stronger.
니체의 이 말은, 지금의 고난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언젠가는 더 강해질 내 모습을 기대하면서.
김종원 작가님은 <100권을 이기는 초등1문장 입체 독서법>에서 책에서 나만의 한 문장을 찾을 것을 강조한다. 개그맨 고명환 님도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에서 말했다. '여기서 한 문장만 가져가야지'라는 생각으로 독서를 한다고 한다.
책에서 나만의 한 문장을 발견했다면, 이제는 그 문장을 나와 연결할 차례이다. 왜 그 문장이 나에게 그토록 와닿았는지 살펴보고, 그 문장을 내 삶 속에 적용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단 한 문장으로도 충분하다.
책이 내 삶을 단 1%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변화하기 위해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오늘도 책을 읽으면서 단 한 문장을 찾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문장. 내 마음에 콱 박혀, 내 삶을 변화시켜줄 그 한 문장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