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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장메이트 Sara Mar 09. 2023

네가 잠이 오지 않는 이유

불안도가 높은 아이 키우는 법


며칠 전 밤이었다. 방학 동안 늦게 잠자리에 들던 버릇이 아직도 남아 그날도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빨리 잠들어야 충분히 자고 내일 아침 가뿐하게 등교할 수 있을 텐데. 옆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자꾸만 뒤척거리던 아들이 나지막하게 이야기했다. 


"요즘 자꾸 잠이 안 와요." 


몰랐다. 새벽 일찍 일어나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종종거리며 하루를 보내고 나면, 요즘은 늘 아이보다 먼저 잠들기 일쑤였으니까. 


"왜 잠이 안 올까? 무슨 걱정 되는 게 있어?"라는 내 물음에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의 걱정거리를 쏟아낸다. 


"불이 날까 봐 무섭고, 비행기 사고 날까 봐 무섭고, 2040년이 되면 기후 변화 때문에 북극이 다 녹을까 봐 무서워요."


"불날까 봐 무서워요"는 우리 집 아이들의 단골 멘트다. 큰 아이가 어릴 때 잠깐 그러다가 작년에는 둘째가 한참 잠자기 전에 그 말을 반복하곤 했었다. 이게 그 돌림노래에서 벗어난 줄 알았는데 다시 시작이다, 아홉 살이 된 지금. 어린이집에서 받는 안전교육이 그 시작이었다. 어린이집에서 주기적으로 불났을 경우를 대비해 대피훈련을 하곤 했는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되었나 보다. 



비행기 사고는, 내가 큰 용기를 내서 끊은 치앙마이 티켓이 그 원인을 제공했다. 얼마 전 아이에게 우리 비행기 타고 태국으로 여행 간다고 말해주었다. 둘째는 비행기 타고 어딘가로 간다는 것에 이미 신났는데 큰 아이는 자긴 가기 싫겠다는 것이 아닌가. 어차피 학교도 가야 하는데 할머니랑 같이 있고 싶다고 했다. 한 번도 비행기를 태워주지 못해서 마음 한편에 아주 쬐끔 가지고 있던 미안한 마음이 머쓱하게도 비행기 타는 것이 싫다 한다. 사고가 날까 봐. 그래서 잽싸게 찾아보았다. 비행기 사고가 날 확률, 400만 분의 1. 교통사고 당할 확률은 35.2% 네가 아빠 차 타고 다니는데 그거 타고 다니면서 사고 날 확률보다 적다고 이야기해주었지만 아이의 불안은 가시질 않았나 보다. 



마지막으로 2040 기후변화. 요즘 아이의 관심사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오는 책들은 죄다 지구와 환경, 기후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런 책을 읽으면서 정보와 지식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의 마음을 억눌렀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닌, 짐이 돼버린 것이다. 



저 작은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걸까? 아직도 아이 같기만 한 너는, 이제 엄마가 읽어주지 않아도 혼자서 척척 책을 읽고 엄마는 모르는 것들을 네 안에 쌓아가고 있구나. 그래서 이제 해줄 수 있는 것보다, 해줄 수 없는 것들이 하나둘씩 늘어간다. 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널 걱정하게 하는 것들을 엄마는 하나도 해결해 줄 수가 없구나. 너는 참 불안도가 높은 아이구나, 엄마처럼. 



나도 참 불안도가 높은 사람이다. 크면서 조금 괜찮아졌지만 아이를 낳으면서 한 번, 코로나를 겪으면서 두 번. 다시 불안도가 높아졌다. 그리고 그 불안은 분명 아이에게도 전염됐을 테다. 원래 성향+엄마의 불안 전염으로 업그레이드 버전이 된 아이. 타고난 것을 어떻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아마 아이는 평생 이렇게 불안함을 가지고 살아가겠지. 그렇다면 엄마인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 타고난 불안을 조절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마음속 불안함을 잠재우는 법, 조금이라도 불안도를 낮추는 법을 연습시키는 것이다. 모를 때는 문제지만, 이제 알았으니 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밸런스 맞추는 법을 배우면 된다. 나를 너무 닮아서 슬프지만, 또 내가 걸어왔던 길이니 더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며 가르쳐 줄 수 있을 것 같다. 같이 한 번 걸어가 보자꾸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지켜봐 주며 그 길을 함께 걸어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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