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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한 자유인 Sep 21. 2022

초보 영어 선생님의 아이들 관찰기

그 시작

영어 학원 강사가 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처음에는 시간 배분을 못 해서 수업이 15분씩 일찍 끝나고는 했는데

이제는 무슨 문제가 몇 분씩 걸릴지, 어떤 타이밍에 재밌는 이야기를 해야 아이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을지

고민하는 아주 초짜는 살짝 지난 상태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한테 정도 가고 더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다.

아이들 하나하나 열심히 관찰하고 수업하다 보니

매일매일 재밌는 혹은 당혹스러운 에피소드들이 생겨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의 수업을 맡았다.

그중에 초등학교 1학년 두 명 2학년 두 명으로 이뤄진 내가 매우 아끼는 반이 있다.

아이들이 대답도 열심히 하고

잠깐 쉬는 시간에는 조잘조잘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주는 귀여운 반이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귀여운 학생이 있는데

항상 포켓몬이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머리는 왕방울로 야무지게 묶고 온다.

2학년 언니들한테 기죽지 않고 아는 내용이 있으면 손을 번쩍 들어 발표를 한다.


이 날은 수업 시간도 딱 맞춰서 진행했고,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중간중간 퀴즈도 내면서

수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수업 종이 치고 룰루 신나 하면서 칠판을 지우고 있는데

이 학생이 조르르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러고서는 하는 말이

"선생님 안아줘도 돼요?"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멘트라니. 마음이 사르르 녹아져 내렸다.

나는 처음에 잘 못 들은 줄 알고

"엉? 안아줘도 되냐고?"라고 되물었다.

이렇게 귀여울 수가. 그러더니 정말로 꼭 안아주고 사라졌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다른 1학년 친구도 안아주고 싶었는지 또 꼭 안아주고 친구랑 놀러 갔다.


얘들아 너희는 이 사건을 금방 잊어버릴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하루를 버티는 원동력이었어. 고마워.

덕분에 내가 힘들어도 일하기 잘했다 생각하게 되었단다.

앞으로 3개월 우리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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