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한 자유인 Nov 13. 2022

주말에 질문하랬더니

한 명한테만 문자가 왔네

내가 일하는 학원은 한 학기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있다. 다음 주는 가을학기의 기말고사. 화요일과 수요일에 시험을 본다. 그중 한 반이 진도만 나가고 리뷰를 할 시간 없이 바로 시험을 봐야 해서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학원에서 제공하는 핸드폰 번호를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질문이 있으면 주말 동안 문자 하라고 한 뒤 그 핸드폰을 집에 가져왔다. 그리하여 금요일 저녁부터 혹시라도 아이들한테 문자가 올까 봐 계속 들여다봤다.


토요일. 문자가 하나 왔다. kt에서 온 광고 문자네... 부지런하기도 하지.

일요일. 미용실에 갔다 왔더니 문자가 6개나 와있다!! 광고 문자가 6개나 왔을 리는 없다. 이것은 학생이다!


신이 나서 문자를 확인해봤다. 학생으로부터의 문자가 맞았다. 기쁘면서도 김이 조금은 새는 문자긴 했다. 나는 문법 선생님인데 리딩 지문이 이해가 안 된다는 문자였다. 그래도 괜찮다. 문법만 가르치라는 법이 있나. 성심을 다해서 리딩 본문에 관한 질문을 해결해줬다. 내가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과학 지문이었다. 학생도 이 지문을 계속해서 들여다봤지만 이해가 되지 않아 마지막 sos로 나에게 문자를 보낸 거겠지.


그리고 사실 문자가 올 거라면 이 학생한테서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 학생이 해당하는 레벨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그 반에서 누군가가 주말 동안 공부를 하고 질문을 할 거였다면 그 학생일 줄 알았다.




학원에서 일을 하며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 중에는 당연히 특출 나게 머리가 좋은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성실하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중학교까지의 공부는 그렇게 까지 어렵지 않다. 누구라도 성실하기만 하다면 익힐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중학생의 성적을 좌우하는 것은 그 학생의 성실성과 다른 재밌는 활동을 하는 대신에 공부를 택하는 인내심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타고난 지능과 재능이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머리가 좋으면 공부가 쉬우니 재미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이들의 성적은 생각보다 성실성과 인내심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특히나 저학년일 때까지는 말이다. 또 그런 아이들이 예의도 더 바른 경향이 있다. 모든 학생이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나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성실하고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예의도 바르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이 모범생을 예뻐했구나 하고 이해가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빼빼로 받는 선생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