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생활의 마침표, 그리고 마주한 사골곰탕.

by 류류지

비건 지향으로 살아온 지 약 5년. 그중의 3년 반 정도는 한 달에 평균 두 번 난류나 해산물은 먹었다. 연구실 회식이 있거나, 고향에 내려갔을 때 엄마가 푸근한 생선요리를 해줄 때였다. 하지만, 대부분인 경우인 혼자의 식사는 99프로 채식이었다. 또, 작년 봄쯤부터는 해산물과 계란을 단 한 번도, 나의 기억이 맞다면 단 한 번도 먹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 연도 초에 건강에 이상을 느낀 나는 건강검진을 받고 심각한 저체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살면서 처음 본 BMI지수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나는 잠깐이라도 나의 식습관에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동물성 음식들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한 셈이다. 그래서 다시 해산물과 계란은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육류'를 먹을 생각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해산물과 계란을 다시 먹어온 지 6개월쯤이 지난 가을이었다. 여전히 나는 심각한 저체중이었다. 그럴 법도 하지. 계란은 거의 매일 하나씩 먹으려 했지만, 해산물은 그저 이전과 같이 약속이 있을 때나 먹는 정도였다. 거기에 거의 매일 새벽 거르지 않는 공복 운동을 고수하고 학교를 다니며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꽤나 많이 받고 있었다. 그렇게 난 또 병원에 가게 되었다...


미루고 미루었던 호르몬 검사를 했다. 결과는, 당연 아주 심각한 상태. 몸에서 호르몬을 만들 영양분이 없어서 많은 부분에서 미달, 그것도 아주 많이 미달이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깜짝 놀라시며 지금 당장은 크게 아픈 곳이 없을지라도 여러 합병증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셨다. 말로만 들어본 무서운 합병증을 얘기해 주셨다. 나는 그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고, 눈물이 고였다. 그중 가장 나를 무섭게 한 것은 바로, 20대에게는 꽤나 낯선, '골다공증'이었다. 사실 나는 이미 무릎 통증을 꽤나 자주 겪고 있었다. 무릎에 조금이라도 무리를 주는 자세를 하거나 충격을 주면 시큰시큰 아팠다. 무릎에서 시작된 관절 통증은 서서히 어깨, 팔목 등으로 퍼지고 있음을 종종 느꼈다. 그래서 너무나도 무서웠다.


언니야에게 긴급 SOS를 쳤다. 언니야가 이전에 무릎을 다친 적이 있어 그 뒤로 무릎 관절을 신경 쓰고 있길래 혹시 이와 관련해서 좋은 영양제 같은 것이 있을까 싶어서 물어봤다. 그런 것은 모른다고 단호하게 답이 왔다. 그리고 다음날이었을까, 평소의 언니야답지 않게 장문의 카톡이 왔다. 무슨 일이지? 싶어서 바로 읽었다.

언니야의 걱정 가득한 카톡 중의 일부...

언니야에게서 이런 카톡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아, 내 몸이 진짜로 원했던 것이 육류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선뜻 '그래, 이제 고기를 먹어야지!'라고 생각이 들지는 못했다. 용기가 나질 않았다. 나의 이 두려움을 언니야는 다 알고 있었던 것일까. 언니야가 고기를 먹는 것이 힘들다면 팩으로 나온 '사골곰탕'을 먹어보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곧장 마켓컬리에서 검색해 보니 딱 한번 먹을 양으로, 안에 고기의 실체는 없는 뽀얀 국물만이 들어있는 상품들이 몇 개 있었다. '그래, 이건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아!" 싶었다. 나 혼자의 생각과 결정이 아니라, 그 옆에 언니야가 있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난 5년 만에 '육류'를 먹게 되었다.


그 변화는 처음 내가 가졌던 두려움의 크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고기의 실물이 들어있지는 않았기에 이전의 내 요리와 크게 다른 것을 먹는 것 같지 않았다.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나 자신이 참 기특해졌으며, 동시에 용기를 내게 해준 언니야에게 무척이나 고마웠다. 잘했다, 류지! 고맙다 언니야 :)


그 뒤로 약 두 달이 지났다. 사실, 아직은 이 '사골곰탕'에 머물러있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꽤나 하는 것 같다. 며칠 전에는 엄마가 이전에 해주던 '불고기'의 맛이 생각나지 뭐람. 혹여 내가 미래에 고기를 먹게 된다면 그 시작은 엄마의 불고기였으면 좋겠다!



IMG_3722.jpeg
IMG_3726.jpeg
한우 사골 어린이 곰탕으로 만든 계란 야채탕


keyword
작가의 이전글케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