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썼어. 괜찮아. 그리고 더 괜찮아질 것이야.

by 류류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학부와 석사과정을 보내며 7년간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해 학문을 해왔다. 그리고 2024년부터 박사과정을 시작함과 동시에, 나의 방황이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난 최선을 다해 학문과 멀어지고자 했다. 물론, 학교에는 거의 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더더욱 바빴다. 매주 한번, 요리를 배우기 위해 도시락 용기와 앞치마를 들고 출근 시간 지하철을 탔다. 사원증을 매고 졸린 눈으로 출근길에 올라탄 사람들을 보면 마음 한편이 뒤숭숭했다. 아마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부러움이었을 것이다. 무튼,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은 혼자 요리와 프랑스어 등을 공부하거나 글을 썼다. 매 끼니를 직접 해 먹으면서 재료 연구와 맛 분석을 했다. 정말이지 가만히 앉아서 쉰 날이 없었다. 다른 이들은 대학원에서,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절대 쉴 수 없었다. 앞으로가 더 막막할수록 나는 더욱 바삐 움직였고, 그로 인해 나의 몸과 마음은 비정상적으로 말라지고 있었다.


그렇게 외로워서, 슬퍼서, 막막하고 두려워서 눈물을 참 많이도 흘린 2024년이 지나고 2025년 1월. 나는 한계에 다다랐다. 매일 나의 미래에 대해, 오늘,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대해 치열히 고민하며 힘들어하다가,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생각으로, 일주일만이라도 아니 단 하루, 몇 시간 만이라도 내가 하던 공부라는 것을 다시 해보자 마음을 먹었다. 그때는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었던 것 같았다. 나는 무언가를 도전할 용기도, 포기할 용기도 없었으니까.


그날을 시작으로 지금 2025년 12월까지, 난 1년 동안 수학을 했다. 물론, 이 시간 동안 마음이 흔들린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여름쯤에는 갑자기 프랑스로 도망을 가버릴까 하면서 꽤나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보기도 하고, 최선을 다해 학회에 가지 않으려고 하거나 학회에서 빨리 나오려고 해서 교수님께 조금의 꾸중을 듣기도 했다. 그리고 2026년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지금도 나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당장 내년 1월부터 교수님의 이직으로 인해 살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지방으로 나도 이사를 가야 한다. 일단 그곳으로 가는 순간, 꼼짝없이 적어도 1년 반은 '갇혀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이사 가는 것이 맞을까 하는 고민이 끝도 없이 든다. 하지만, 새 집이 될 곳에 계약금은 지불한 상태. 이제는 가지 않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그 외딴곳에 가서, 공부를 포기하고 싶으면 어쩌지? 지하철도 없는 그곳에는 갈 곳도, 할 것도 한정적이야. 서울에 한 번 오려면 기차표 값만 왕복 10만 원, 숙소와 밥값 등을 생각하면 모두 합쳐서 며칠에 적어도 30만 원은 깨지는데.. 난 그곳에서 매일 혼자 외롭게 울고 있으려나..?' 가지 않으려는 이유를 생각하니 끝도 없고, 야속하게도 이삿날은 빠르게 다가온다.


나.. 어떻게 해야 하지?

이렇게 걱정과 고민으로 휩싸여 매일을 보내던 와중, 며칠 전에 카페에서 이런 글귀를 보았다.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 나태주의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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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난 항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걱정을 하며 지금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나의 체력을 낭비하고 있었다. 앞으로 또 방황을 할 수도 있지만, 다시 공부에 흥미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방황하게 되면, 뭐 그때 또 다른 해결책이 있겠지. 새로운 곳에서 여행을 하게 되는 거야'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드는 생각, '오늘이라는 이 커다란 선물에 최대한으로 감사하자. 그러니 나중은 걱정 말고 지금을 최선을 다해 살아보자.' 내가 나의 에너지를, 시간을 쏟아붓는 그 대상이 매일 학문이 아니어도 된다. 오늘처럼 글쓰기였다가, 또 다른 무언가를 배우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걱정은 붙들어 매고 그저 지금 이 순간을 가득 누리기를.


류지야,

2025년도 열심히 달리느라, 그리고 잘 버티느라 애썼다.

다 괜찮고, 괜찮아질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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