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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류지 Nov 22. 2021

나에게 '다이어트'란

 4년 전, 나는 풋풋하고 명랑한 대학교 새내기가 되었다. 그래서 1학년 1학기를 아주 알차고 재미나게 놀았다. 물론 공부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ㅎㅎ 하여튼, 그때는 내 기준(?) 밤늦게 밖에 있기도 했었고 술도 많이 먹었다. 그래서인가 살이 조금 쪘었다. 사실 수능이 끝나고 다이어트를 조금 했었는데 요요가 온 것 같았다. 그래서 난 그 해 여름 방학 때 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결과를 바로 말하자면 살을 빼는 데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2달 만에 약 10kg 뺐었고, 수능 이후를 생각하면 거의 15kg 넘게 뺐었다. 그때의 나는 군살 없는 내 몸에 만족했고... 내가 심각하게 말랐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사실 그때 나를 보는 모든 사람들의 첫마디는 "와이렇게 말랐노! 밥 안 묵나!"였다. 그때의 나는 그 말이 뿌듯했다. 하지만 내 몸은 많이 아팠었던 듯하다. 아침은 과일과 두유로 간단하게, 점심은 곤약밥과 건강한 반찬들 그리고 저녁은 샐러드 아주 조금. 그리고 6시 이후에는 금식하고 저녁에 2시간가량 땀을 뻘뻘 흘리며 홈 트레이닝을 했다. 살이 안 빠질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프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대학에서의 두번째 학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완벽 변신을 해서 나타났다. 이전에 입던 옷들이 헐렁헐렁했다. 뿌듯했다. 그런데 이전의 에너지가 나오지 않았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 만으로 힘에 너무 벅차고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된 운동을 하지 못했기에 나는 아침에 기상과 동시에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운동을 덜 하니까 덜 먹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점심을 학교 앞에서 그린 스무디 같은 건강한 음료로 때우곤 했다. 물론 1학기 때와 다르게 약속도 자주 만들지 않았다. 많은 시간을 홀로 지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나는 살이 엄청 빠졌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마른 내 몸이 좋았다.

 하지만 난 몸의 여러 군데가 구석구석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우리 엄마가 나를 데리고 한의원을 몇 번이나 간 지 모르겠다. 비싼 한약도 정말 많이 먹었다. 그럼에도 나는 살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지 못했다.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다.

 그 이후 4년간의 대학 생활 동안 매일 아침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홈트 겸 스트레칭을 했다. 그런데 그 4년 동안 큰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나는 괜찮아져 있었다.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사실 나의 건강을 위해서는 우리 엄마가 정말 고생하고 또 돈도 많이 쓰셨다. 엄마는 자신이 먹을 거에는 매번 아끼면서 내가 먹고 싶은 것이 생길 때나 내 한약을 지어주실 때는 절대 아끼지 않으셨다. 또 삼시세끼 건강하고 맛있는 밥을 해주시고, 그뿐만 아니라 지방이 너무 없어 추위를 심하게 타는 나를 위해 직접 생강을 까서 생강차나 생강 칩을 만들어 주시기도 했다. 엄마는 젊을 때 손 모델 제의를 받았을 만큼 너무나 예쁘고 고운 손을 가지고 있는데 그 고운 손을 나 키우느라 물에 너무 많이 담그게 해서 많이 미안하다. 그래도 우리 엄마 손은 얼굴처럼 여전히 곱고 예쁘다.  

 하여튼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입맛도 되찾아 에너지를 얻었고 지금은 먹는 것이 너무 좋고 또 정말 잘 챙겨 먹는다. 여전히 조금 마른 체형이긴 하지만 이제는 '와 그래 말랐노!' 보다 '보기 좋네!', '건강해 보여'라는 말을 더 자주 듣는다. 사실 심리적인 면에서, 나는 아직 '다이어트'라는 생각을 완전히 지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그 생각을 덜 한다. 이제는 '먹는 게 남는 거지!', '내가 먹고 싶은 거, 맛있는 거 평생 먹을 수 있게 공부 열심히 하자!'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실 지금도 맛있는 케이크를 먹으며 글을 쓰고 있다. 너무 맛있어서 한 조각을 '순삭'해버리고 또 한 조각을 사버렸다...

 지금 돌아보면 난 참 고집이 셌다. 마른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온 가족들의 걱정을 사며 다이어트를 지속해 왔던 것일까.


 그런데 사실 이 시간으로부터 얻은 것도 참 많다. 먼저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 신체적인 것에 대해서 우리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규칙적인 식사와 적절한 운동 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런데 무엇보다 심리적 건강에 대해 정말 깨달은 바가 많다. 물론 이것이 '다이어트'만의 영향이 아니라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겪는 것이겠지만 나에게는 '다이어트'라는 단어가 준 영향이 크다. 겉으로 보이는 자기관리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속마음을 잘 관리해 주는 것, 그렇기에 종종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는 것.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된 것, 도전에 대한 즐거움을 알게 된 것 등등 너무나 소중한 것들을 얻게 되었다.

 또한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까지는 깨우지 않으면 오후까지도 잘 자고 만사에 게으르던 내가 해가 뜨기 전 기상해서 상쾌한 운동으로 아침을 열고 부지런히 빼곡하게 하루를 채우려고 매일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다. 처음에는 이것이 강박관념 때문이었는지 조금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 나는 이렇게 매일 도전을 멈추지 않고 노력하는 내가 참 대견하다. 또 그때는 약속도 잘 잡지 않고 자주 놀러 가지도 않기도 해서 그런지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할 수 있었다. 고3 때보다 훨씬 열심히 했다.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과 요령 없이 책상에만 오래 앉아있으며 막무가내로 공부를 했었지만 하다 보니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를 알게 된 것 같다. 또 공부에 흥미가 생긴 것 같았고 그래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났다. 결국엔 정말 감사히도 나는 대학생활 내내 성적이 우수했다. 또 열심히 해온 공부를 계속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지금 이렇게 대학원생이 될 수도 있었다. 참 사람의 운명이라는 게 신기하다.


  그래서 나에게 '다이어트'는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단어다. 이 경험으로 인해 나의 삶은 많이 변했다. 그 과정에서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었지만, 그 아픔만큼 나는 더 성장할 수 있었고 많은 것을 얻고 배웠으며, 또 요리나 운동 등 소중한 취미를 가지게 되기도 하였다. 지금 만약 누가 나에게 다이어트를 해서 아프기 전으로 돌아가 건강한 다이어트를 시작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면 난 거절할 것이다. 나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4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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