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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류지 Dec 13. 2021

나의 밥

우리 집, 자취방 그리고 기숙사.. 어디서든 잘해 먹기!

비건식을 지향해온지 어느덧 1년이 넘었다. 지난 이 1년 동안 나는 다채롭고 맛있는 비건식에 흠뻑 빠져 요리라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한식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엄마 덕분에 요리사 꿈나무(?)였던 나는 큰 어려움 없이 나의 요리 실력을 빠르게 향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손을 데이기도 하고 칼에 베이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를 위해, 혹은 우리 가족을 위해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고 또 행복했다. 가끔 엄마 보고 부엌에 들어오지 말라고 한 후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엄마를 위한 요리를 할 때가 있었다. 항상 서툰 실력으로 2프로 부족해 보이는 요리였지만 맛있다며 먹어주는 엄마를 보며 무척 행복하고 또 뿌듯했다. 

그리고 이번 여름, 나는 대학원에 입학하여서 처음으로 독립을 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나의 첫 보금자리가 된 곳은 바로 언니야가 없는 언니야의 자취방이었다. 때마침 언니가 잠시 다른 지방에 가 있어야 해서 내가 살게 되었다. 그곳에는 밥솥, 에어 프라이기, 전자레인지 그리고 큰 냉장고 등등 없는 게 없었다. 요리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호텔 저리 가라였다.

그래서 나는 혼자 정말 열심히 잘해 먹었다. 

대충.. 이 정도 ㅎㅎ

지금 보니 빵에 후무스를 바른 후 아보카도를 올린 샌드위치가 너무 그립다. 정말 맛있었는데. 

이렇게 난 약 2달 동안 아침 점심 저녁때를 너무 행복하고 즐겁게 보냈다. 


그리고 10월 말, 나에게는 가장 큰 도전이었던 기숙사 생활이 시작되었다. 24년 평생 내 방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맘껏 누리며 편하게 생활했었는데 기숙사에서는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 매우 싫었다. 두려웠다. 그런데 나는 나의 "comfort zone"을 한 번은 나가봐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큰맘 먹고 지원했다..!!


여하튼 나는 지금 기숙사에서 생활한 지 약 두 달째이다. 사실 처음에 가장 힘든 것은 내가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요리 등을 하지 못하는 것이 힘들었다. 공동 주방이 있었지만 이전에는 나만의 부엌에서 난장판을 만들며 맘껏 자유롭게 꿈을 펼치던 나에게는 너무 작은 곳이었다. 또, 나는 조리 도구나 그릇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학식을 먹으려니 비건식인 날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며칠 지내면서 보니 사람들이 주방에서 요리를 너무 잘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생각해보니 주방은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 돌아보면 처음에는 모든 것이 새로워 어린 마음에 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하다..ㅎ 그렇게 나는 마켓 컬리에서 프라이팬, 오일 그리고 여러 가지 채소들 등을 시켰다. 그렇게 나는 '기숙사에서 잘해 먹기' 도전기를 시작했다!


기숙사 1주일 차였던 나의 요리들..ㅎ

기숙사 1주일 차. 마켓 컬리에서 버섯과 당근, 프라이팬 그리고 기름을 시켰지만 양념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볶음밥을 만들기로 했다! 조금 초라해 보일 수 있겠지만 오랜만에 한 나의 요리를 먹는 그 순간 너무 행복했다. 간을 하나도 하지 못했지만 무척 맛있었다. 행복했다!

그리고 오른쪽은 그 전날 빵집에서 산 스팀 빵 같은 것을 작게 찢어서 같이 볶았다. 물론 이때도 너무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조금씩 적응해갔다. 

엄마가 양손 가득 먹을 것을 싸서 서울로 오셨다...

갑자기 무척이나 풍성해진 이 때는 엄마가 새벽부터 양손 가득 반찬을 싸서 서울로 오셨다. 양손에 무거운 스티로폼 박스를 들고 기차를 타고 언니야랑 나를 보러 왔다. 그리고 이렇게 나와 언니야의 냉장고를 가득 채워주시고 가셨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핑 돈다. 엄마랑 헤어지고 나서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평소에는 7시 이후로는 잘 먹지 않는 내가 그날 밤 10시쯤에 기숙사에 도착했는데 엄마 반찬이 너무 먹고 싶어서 울면서 먹었다.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또 맛있었다. 


그리고 요즘 나는 많이 적응했다. 먹고 싶은 것을 잘해 먹는다. 

엄마가 들고 오셨던 김치로 김치볶음밥도 맛있게 해 버리고, 맛있는 애호박 구이, 내가 좋아하는 팽이버섯 구이와 양배추 찜도! 

이제는 우리 공용 부엌이 참 좋다. 그리고 방안에 냉장고도 있고! '있을 거 다 있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하다.


나 요즘 기숙사에서의 생활이 참 좋다. 학교 안의 작은 마을 같은 느낌이다. 추운 요즘 너무나 따뜻한 방에 있을 수 있어 무척 감사하고 또 매일 아침 상쾌하고 맑은 산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 그리고 너무나 따뜻한 룸메이트 언니와 함께라서 정말 좋다. 


오늘도 기숙사로 올라가서 저녁 맛있게 잘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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