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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류지 Dec 17. 2021

대학원에서의 첫 학기가 끝났다.

 2021년도의 후반기는 나의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시기였다.


 나는 2021년 후기 대학원에 합격했다. 신기하고 또 감사하고 나 스스로가 참 대견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가족의 품을 떠나,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서울이라는 곳은 이전부터 나에게 꿈의 도시였다. 대학교에 진학하며 먼저 상경을 한 연년생 우리 언니야가 항상 부러웠다. 그리고 드디어 나도 그렇게 바라 왔던 서울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8월 중순에 나는 짐을 한가득 싸들고 언니야의 자취방에 왔다. 때마침 언니야가 9월부터 다른 곳에 가야 했었기에 언니야 없는 언니야의 자취방에서의 나의 첫 서울살이가 시작되었다. 학교는 많이 멀었지만, 호텔에 들어온 것 마냥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다. 아니 호텔보다 더 좋았다. 전기밥솥, 에어 프라이기, 전자레인지, 컴퓨터 그리고 언니야의 옷들까지^^. 그때는 그게 감사한 것인 줄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감사한 것이었다. 나는 그냥 몸만 들어가면 되었다. 그리고 모든 수업이 줌으로 진행되었어서 학교에 자주 가지 않아도 되었기에 이동 문제로 큰 불편은 없었다. 무엇보다 그 동네가 나에게 안성맞춤이었던 이유는 바로 주변에 내가 좋아하는 디저트 가게, 특히 비건 디저트 가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하지만 마냥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사실 정말 많이 우울했고 그래서 펑펑 울었던 날이 수없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너무 외롭고 우울했던 것 같다. 서울에는 친구도 많이 없었고, 언니야도 다른 지방에 가 있어 자주 보지 못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 엄마랑 거의 매일 통화를 했지만 엄마 목소리를 들으면 더 보고 싶어 졌다. 그리고 등교 시간을 1분으로 줄여준 온라인 강의는 무척 편리하고 시간을 절약해 주었지만 학교에서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집중이 되지 않았다. 평소에 수업시간에 거의 졸지 않았고 수업이 끝나면 질문을 하러 거의 매번 남았었던 나는 매일 졸고 수업이 끝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줌 회의실을 나갔다. 그러다 보니 공부가 이전처럼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나 자신이 참 한심하고 못나 보였다. 사실 정말 다 포기하고 내려가고픈 순간의 연속이었다.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을 우리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나는 여기까지 와서 도대체 뭘 하는 거지..

 

나의 최애 디저트 가게인 두두리두팡의 케이크


 나는 그렇게 나의 우울함을 달래주기 위해 그 동네의 장점을 누리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면 누리기로 다짐한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내가 그러고 있었다. 5분 거리인 한강에 산책을 가서 엄마랑 통화하며 힐링하고, 디저트 가게에서 소중하게 케이크를 포장해와서 티타임을 누리기도 하고 또 나 자신을 위해, 나 기분 좋아지라고 항상 정성 들여서 맛있고 건강하게 밥도 잘해 먹었다. 혼자 있는데 아프면 너무 서러울 것 같아서 먹기는 정말 잘 먹었다! 


 



그렇게 울고 웃고를 반복한 2 달이었다. 아니.. 거의 울다가 조금 웃어보기를 반복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두 달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빨리 흘렀다. 그리고 더 큰 변화가 일어났다!

 

10월 말부터는 언니야도 다시 이곳에 와야 하고 때마침 나도 기숙사에 추가 합격을 하게 되어 나는 또 한 번의 이사를 하게 되었다. 24년 평생 아늑한 내 방에서 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며 살았던 나였기에 '공동생활'이 무척 두려웠다. 자취를 시켜달라고 떼를 쓰고 싶었지만 서울 집들의 월세를 보면 그 맘이 쏙 들어갔다. 그리고..! 이전에 말했듯이 무엇보다 나는 나의 'Comfort zone'을 한 번은 나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이 그 기회인 것 같아 도전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기숙사 2달 차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지금 나는 내 방이 너무 좋다! 룸메이트 언니도 너무 좋다!! 이제 이곳을 떠나기 싫은 마음까지 든다. 내년에도 꼭 기숙사에서 살게 해 주세요!!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잘 적응한 것은 아니다. 자취방보다 요리를 해 먹기에 불편한 점이 많았던 환경, 당연하듯이 모든 생필품이 다 갖추어져 있던 언니야 방과는 달리 정말 기본적인 생필품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아.. 다음에 나가면 이것도 사야지.. 오늘은 어쩌지..' 하며 막막해했던 나날들. 기숙사 생활 초반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서러웠다. 

 그런데 지금은! 특별한 큰 변화도 없었고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정말 괜찮다. 역시 사람은 어딜 가나 적응 기간이 필요한 것인가 보다. 그리고 나는 적응을 잘했나 보다! 이제는 밥도 잘해 먹고 생필품도 거의 다 있고 뭐 딱히 불편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무엇보다 기숙사에 살게 된 후 매일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다 보니 공부가 다시 너무 재밌어졌다. 학부 때 느꼈던 공부에 대한 애정과 욕심이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무척 예쁘고 넓은 도서관에 가는 것도 너무 좋았고, 가끔은 학교 카페 안에서 디저트도 먹으며 공부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는 따뜻한 연구실의 아늑한 나의 자리가 무척 좋다. 또 10월 중순부터 한 개의 강의가 대면 수업과 비대면 줌 수업 중에 선택을 하여 참여할 수 있었는데 11월 말부터 대면 강의에 참석했다. 그날 얼마만인지 모르겠는 오랜만의 대면 수업이 끝나고 나는 정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분명 그날 내용이 이전 것들보다 훨씬 어려웠었지만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집중했고 그랬기에 너무 이해가 잘 된 것 같았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또 무엇보다 같이 수업을 듣는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기뻤다. 더 빨리 올걸... 후회도 했지만 그저 그날은 너무 행복했다. 


 

어느 가을 날

 아무튼 나는 요즘 참 행복하다. 시험도 끝나 더욱 행복하다. 

 시험이 끝나니 거북이가 되어 항상 느릿느릿 걷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지나쳐서 가고 나는 세월아 네월아 하며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나무가 많아 무척 아름다운 우리 학교 안을 산책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면 참 좋다. 곧 또 천천히 걸어 올라가서 맛있는 저녁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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