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올려다보기
우리는 가끔, 아니 꽤나 자주 막막함을 느낀다.
어느 누구는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마음처럼 일이 진행되지 않아 그 높고 험난한 산 입구에서 막막함을 느끼고, 또 누구는 지금의 나처럼.. 해야 할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해 막막함을 느낀다.
오늘도 새벽 4시 30분에 맞춘 알람이 울려 눈을 뜨면 걱정의 파도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덮친다. "오늘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의 미래를 위해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무엇이지?" 그러다 보면 오전 8시가 되기 전에 머리가 지끈지끈해지기 십상이다.
이번 여름은 정말이지 진이 빠지도록 더웠기에 아침 산책을 거의 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오후가 되기 전까지는 집에서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가을이 찾아왔다. 물론 아직도 낮에는 후끈할 때가 적지 않지만, 아침 만큼은 가을의 향기가 묻어있는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그래서 오랜만에 산책길을 걸었다. 앞만 보고 걷다가 무심결에 고개를 들었다. 내 위에는 푸르고 맑은, 높디높은 가을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 색이 어찌나 예쁘던지. 나의 머릿속을 아침 내내 채우고 있던 걱정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빈자리에 이 예쁜 하늘이 들어왔다.
한편,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넓디넓고, 높디높은 하늘 아래의 내 걱정과 고민은 참 사소한 것이 아닐까. "아, 내가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그리고 무겁게 바라보는 것 같다." 싶었다. 그저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열심히 나아가면 되는 것인데.
나는 그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몇 걸음 걷다가 고개를 드는, 참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행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