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벗어나 만나는 새로움의 마법
지난 수요일의 이른 아침, 카톡이 울렸다. 엄마였다.
"경주 갈래?"
'여행'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설레지만, 워낙에 생활 루틴에 대한 고집이 심한 나이기에 그 규칙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알고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은 그 루틴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보다 여행 속에서 만나는 기쁨의 크기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행이 엄마라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 기쁨은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것도.
그렇게 엄마와 나는 그 카톡 후 5분 만에 기차표를 끊고 숙소를 예약했다. 나를 어느 정도 잘 아는 친구들이 모두 입을 모아 말하기를, 나는 INFJ의 표본이라고 할 정도로 즉흥적(P)인 성향과는 거리가 먼 계획적(J)인 사람이기에 이렇게 단 4일 전에 다른 지방으로의 여행을 생각하는 것은 꽤나 '즉흥'적이었다. 그렇지만 두렵다고 해서 환불도 하지 못할 정도로 코앞에 다가온 여행이기에 물러설 곳은 없었다!
여행 당일인 토요일 아침, 나는 나의 루틴에서 많은 것을 생략하고 아직은 어둑어둑한 아침 7시에 집을 나섰다. 루틴을 지키지 않는 것이 나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지만, 이렇게 가끔 어쩔 수 없이 지키지 못하게 되면 '안 지키는 것도 별 거 아니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루틴 불이행'에 대해서는 조금의 아쉬움도 없이 서울역에서 경주행 기차를 탔다. 곧 부산에서 올라오는 엄마와 함께할 1박 2일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경주에 도착한 우리는 내가 미리 예약한 음식점으로 향했다. 하지만 서울의 대중교통 시스템만을 생각하고 갔던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타야 하는 버스가 하루 5번만 운영하는 것이라니! 그렇게 예상치 못하게 우리는 꽤나 긴 길을 뚜벅뚜벅 걸었다. 논과 밭이 펼쳐진 길 위에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높은 건물은커녕 인적도 드물었다. 길에 멈춰서 꽃도 보고, 엄마가 가져온 샤인머스켓도 먹으며 참 행복하게 걸었다. 버스를 타지 못해서 참 다행이었다.
미리 생각을 해두었던 음식점이나 관광명소뿐만이 아니라 우연히 지나간 길과 가게들에서 나는 참 큰 행복을 느꼈다. 더구나 나의 일상적인 생활 패턴과 완전히 다른 하루를 보내면서 새로운 종류의 행복을 느꼈다. 계획을 하는 것도 참 좋은 습관이기는 하지만 가끔은 즉흥적인 인간이 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속에서 만나는 행복은 '예상치 못한 선물'이 되어 참 커다란 행복으로 다가올 수도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