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구석구석의 호흡을 바라보기
어느덧 매일 나만의 '새벽 수련'을 고수해 온 지 5년이 훌쩍 넘었다. '수련'이라는 단어에 많은 것이 숨겨져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나의 이 '수련'은 흔히들 말하는 홈트레이닝을 멋지게 표현한 것이다.
요가복을 주섬 주섬 입고 돌돌 말려있던 요가매트를 편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 후에는 꽤나 강도가 있는 근력 운동을 한다. 이를테면 스쿼트, 런지, 윗몸일으키기의 변형 동작, 플랭크, 보트 자세, 팔 굽혀 펴기 등등. 그 후, 마무리 스트레칭을 함으로써 나의 수련이 끝난다. 이렇게 매일 새벽, 나는 나의 몸의 구석구석을 깨워주기 위해 꽤 긴 시간을 쓴다. 아니, 단순히 근육을 깨우는 것을 넘어서 '오늘도 힘을 내보자!'라고 말을 건네며 이들을 최상으로 활성화된 상태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오전에 시간이 꽤나 있는 편이라 대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의 수련 시간을 가진다. 마치 기계가 정해진 순서를 따라 움직이듯이 매일 거의 같은 동작들을 같은 순서로 반복한다. 그래서일까, 내가 잘 때 같이 고요히 잠들었던 나의 고민들이 수련 시간에 기다렸다는 듯이 큰 파도가 되어 몰려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나의 고민을 파도에 비유했을 때, 평소에는 파고가 2m 정도라면 아침 수련 시간에 심할 때는 그 높이가 5m에 달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이 이유로, 매일 같은 운동을 해도 길게는 30분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렇게 약 2시간 동안 몸은 몸대로, 머릿속은 머릿속대로 아주 바삐 움직이고 나면, 아침 8시가 안 되어서 모든 에너지를 다 쓴 기분이 든다. 이런 날의 나는 하루종일 비실비실거리기 마련이다.
이제는 더 이상 나의 소중한 새벽을 이렇게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해결책을 생각해 보던 중, 요가뿐만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운동이 호흡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때 나의 기억의 저편에서 들려오리 소리가 있었다.
"자, 우리의 복부 근육이 숨을 쉰다는 느낌으로!"
"우리의 엉덩이 근육이 숨을 쉰다고 생각하고 힘을 줘 봅시다!"
내가 운동 초보였던 시절, 필라테스 학원에 다닐 때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그때 무슨 운동을 했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근육이 숨을 쉰다고 생각하고!"라고 하셨던 선생님의 말씀은 또렷이 기억난다. 나는 바로 실전에 돌입했다.
여느 때처럼 또다시 생각의 파도가 저 멀리서부터 나를 향해 돌진해 올 때, 파도를 애써 외면했다. 대신 나의 근육들이 숨을 잘 쉬고 있는지 보았다. 복근 운동을 하면서는 내 배를 사방으로 둘러싼 근육들에게, 스쿼트를 하면서는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들에게 "숨을 마시고 내쉬고.. 그래 그거야!"라고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그 효과는 상당했다. 고민의 파도가 나에게 오기 전에 잠잠히 바닷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 이게 근육을 제대로 쓰면서 운동을 하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 5년 만에 드디어 제대로 운동하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이전에 이 시간을 '수련'이라고 부르는 것에 스스로 당당하지 못했다. 제일 중요한 '마음의 수련'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었기에. 하지만 이제 이 이름이 꽤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의 근육, 그리고 나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며 땀을 흘리고 나면, 뿌듯함은 물론, 기쁨을 느끼기도 하니까. 그렇게 나는 전보다 차분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하루는 참 많이 괜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