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한 에펠탑, 버터향이 가득한 크루아상, 기다란 바게트가 들어있는 종이 바구니를 들고 바쁘게 걸어가는, 베레모를 쓴 멋진 파리지앵들. 프랑스라는 나라의 모든 것에 환상을 가지고 있던 나였다. 그 나라의 매력들 중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바로 '부슝부슝' 하는 프랑스어였다. 내가 이 프랑스어를 처음 진지하게 배운 것은 바야흐로 7년 전, 대학교 교양강좌였다. 그때는 "Bonjour"밖에 몰랐었지만, 뭔지 모를 '부슝부슝' 소리가 너무나도 좋았다. 그래서 프랑스어 강좌가 있는 것을 보고는 바로 신청해 버린 것이다.
알파벳, 필기체, 인사말 등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웠다. 일주일에 두 번만 수업이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을 정도로 좋았고 또 열심히 했다. 그 학기가 끝난 후, 프랑스어를 계속 공부해야겠다 싶어서 전 세계 대표적인 프랑스어 교육 기관인 "Alliance française"의 부산 지점의 수업에 등록했다. 그렇게 나는 부슝부슝의 매력에 더 깊게 빠졌을 뿐만이 아니라, 자연스레 프랑스라는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며 그 나라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 후 7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프랑스어 공인 자격증 시험인 DELF에서 B2를 따기도 하고 여유가 될 때는 취미 삼아 회화 수업을 등록하며 나의 프랑스어 사랑을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하나의 취미가 생겼다. 바로, 내가 직접 부슝부슝을 하는 것이다.
프랑스인과 직접 회화를 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지만, 혼잣말을 언제든 할 수 있다! 어제 있었던 일, 요즘 푹 빠진 레시피에 대해 부슝부슝. 무슨 이야기를 할지 떠오르지 않을 때는 본토의 부슝부슝이 가득한 유튜브 영상을 따라서 나도 부슝부슝. 그렇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부슝부슝 발음에 내가 취해버리는 것이다! (참고로, 내가 가장 즐겨 보는 채널은 "Easy French"이다. 프랑스어 공부에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 )
올해에는 처음으로 프랑스어 원서책을 샀다. 바로 그 유명한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 산지는 몇 달이 되었지만, 모르는 단어도 많기도 하고 한 바닥 한 바닥이 소중해서 천천히 읽고 있다. (사실 나의 게으름으로 지금까지 끝내지 못한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요즘 다시 부슝부슝하며 이 책을 읽는 것에 푹 빠져있다. 어제는 갑자기 프랑스 전통 디저트를 먹으며 부슝부슝하고 싶어 졌지 뭐람. 그래서 프랑스 디저트로 유명한 서래마을의 "마예(Maillet)"에 가서, 그들의 시그니처 메뉴인 밀푀유(Mille-Feuille)를 시켰다. 신선한 프랑스 버터향이 가득 머금은 바삭한 페스츄리에 바닐라 크림을 얹어 조심스레 한입을 한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까지. 그렇게 프랑스의 향수가 가득한 곳에서, 내가 마치 파리지앵이 된 것 마냥 설레는 마음으로 부슝부슝.
거 참, 소확행이 아니라 크확행. 크고 확실한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