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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을 채운 공감 May 12. 2020

쿨하지 못한 밤

불면증


밤을 곱씹다 보면,  

하루를 거치며 등 돌렸던 생각들이

뒤엉켜 넘어져 있는 것을 본다.


잠시 미뤄두려 했던 생각의 부스러기들은

달갑지 않은 불청객으로 돌변해

간결히 정돈된 내 마음속을

흩어놓았다.


모질게 하루를 살며,

나로부터 거절받은 생각의 잔재들은

대모를 하듯 머리에 띠를 두르고

고요함을 깨도 나와

한껏 삐뚤어진 모가 난 모습으로

나의 밤을 갈아먹기 시작한다.


쿨 하게 뒤 안 돌아보고 넘기려 했건만.


밤을 곱씹다 보니,

단물 빠진 껌 덩이같이

이젠 필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질겅 질겅 물고 있는

쿨하지 못한 내 모습을 본다.


세상의 불이 꺼지자,

더 선명하고 요란히 자신을 내보이는

찌질한 부스러기들 앞에,

오늘도 나는 쿨하지 못한 밤을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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