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앞에서 원리와 원칙은 종종 무력해진다. 우리는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에 익숙해진 나머지, 사랑마저 철저한 현실의 영역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사랑은 현실을 계산하는 잣대라기보다, 그 현실을 초월해 버리는 힘에 가깝다.
주변을 둘러보자. “연하는 절대 안 만난다”던 선배가 연하의 연인과 사랑에 빠지고, “나보다 키 작은 사람은 남자로 안 보인다”던 친구가 기꺼이 단화를 꺼내 신고 데이트를 나간다. 평생 비혼주의를 외치던 형이 어느 날 청첩장을 건네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우리가 겹겹이 세워둔 견고한 원칙과 기준은, 진짜 사랑 앞에서는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곤 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기준 따위는 세울 필요가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당신만의 확고한 원칙과 기준을 철저하게 세워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만 그 단단한 벽을 기꺼이 깨부수고 들어오는 사람, 혹은 나 스스로 그 벽을 허물고 싶어지는 상대가 나타났을 때, 그 감정의 무게를 더 명확히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왜 네 기준과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하나면 충분하다. 사랑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