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안정 균형
“그 모임 꼭 가야 해?”
“친구들 꼭 만나야 해?”
“거기 남자(여자, 이성) 몇 명 있어?”
예전엔 그렇지 않던
내 남자(여자) 친구가
요즘 들어 의심이 부쩍 늘었다.
직장 회식이나,
동성 친구들과 놀러 간대도
그곳에 이성은 몇 명 있는지,
집에는 몇 시에 들어갈 것인지 등
많은 관심(을 빙자한 의심)을 보인다.
그렇다고
내가 바람을 피우거나
다른 이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전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왜 이럴까?
갑자기 의처증(의부증)이라도 걸린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내 애인은 불안정(불확실)한 상황에 놓였을 가능성이 크다.
가령
회사나 소속 집단에서 큰 프로젝트나
중요 직책을 맡았을 수도 있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분야(가족, 애인, 친구 등)에서
안정감(안정감을 느끼는 정도)을 높이려 하고
그 과정에서 의심(어쩌면 구속)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의 질문을 다시 짚어보자.
“그 모임 꼭 가야 해?”
“친구들 꼭 만나야 해?”
이 말의 속뜻은 아래와 같다.
“(신경 쓰이는 것도 많은데 굳이) 그 모임 꼭 가야 해?”
“(내가 지금 불안정한 상태인데) 그 친구들 꼭 만나야 해?”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상황이 급변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그 스트레스를 낮추기 위해
어느 분야의 안정감을 평소보다 높여
그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안정 균형’이라는 경제 용어가 있다.
이는 재화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는 것인데,
한마디로 균형 가격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사람도 똑같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 놓이면,
본능적으로 안정을 찾아간다.
괜히 힘들 때마다 (확실한 내 편인) 가족, 친구를 찾는 게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많은 사람이 공무원을
희망하는 이유는(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상황이 수시로 바뀌는 불안정한 세상 속에서
내 직업(소득)과 저녁(여가)만큼은
‘안정’적이고 싶은 것이다.
다시 문제로 돌아와서,
상대가 의심하는
두 가지 이유를 알아보자
첫 번째는
불안정한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고,
(연애만큼은) 안정을 확보한 다음,
커다란 불안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기 위함이다.
두 번째는,
현 상황에서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떠나버린다면?
첩첩산중으로 더 깊은 불안함에 빠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상대로부터 안정을 계속 확인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상대에게 어떻게 안정을 줄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뻔한 말로 들리겠지만)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
그러기 위해선 먼저
상대의 현재 상황을 먼저 살펴보는
진정한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니 애인의 의심이 늘었다면,
상대방이 놓인 상황을 살펴보자.
상대가 의심할수록 확신을 주자.
충분한 사랑으로 보듬어 주자.
그는 불안에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