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에 지배된 인간은 야생의 짐승과 다를 바 없다. 어쩌면 더 악랄할지도
*처음부터 읽는 것이 더 재미있는 단편소설입니다. 브런치북에 들어가셔서 1화부터 보고 오시길 추천드립니다.*
목걸이를 바꾼지 한 달이 지났다.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었다. 정화는 여전히 무대 뒤편 무명 백댄서였고, 솜이는 여전히 대세 연예인이었다. 은탁과 정화는 여러가지 추측을 내놓았다. 처음부터 목걸이의 주인이 지정되어있었던걸까? 솜이가 잘 된게 목걸이 때문이 아니라 그냥 시기가 겹친 것이었을 뿐인건가? 알 수는 없었다. 아직 죄책감이 남아있던 은탁은 오히려 훔친 목걸이로 성공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정화는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정화는 최근 함께 연습생 생활을 하던 채원이 자살을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데뷔를 하기 전, 정화와 채원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항상 주변을 무시하고 소속사 사장한테 아부 떨길 좋아하는 그녀를 정화는 미워했었다. 채원이 유독 실력있고 돋보이는 정화를 견제하고 있다는 사실도 정화 스스로 알고있었기에, 더더욱 그녀가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정화의 데뷔가 일주일 남은 시점, 소속사로부터 갑작스레 데뷔가 무산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시에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전해들었으나, 알고보니 소속사 임원과 연인 관계가 된 채원의 입김이 들어간 일이었다.
얼마 후 채원은 소속사의 빵빵한 지원 아래 연예계에 데뷔했다. 평소에는 연습도 잘 나오지 않고 실력도 부족했던 채원이, 순식간에 국민 연예인으로 성공했다. 회사가 방송국에 몰래 더 꽂아주는 돈으로 아름답고 재능있는 모습으로 포장되어 방송에 비춰졌다. 10대를 다 바친 연습생 생활을 청산하고 백댄서 팀에서 활동하게 된 정화는 그녀가 콱 죽어버렸으면 싶었다. 그녀의 성공이 너무너무 꼴뵈기 싫었다. 언젠가 채원의 백댄서로 무대를 서게되었던 날에는 차라리 자신이 죽어버렸으면 싶기도 했다.
그런데 진짜로 채원이 죽었다. 솜이가 데뷔한 이후로 매출이 떨어진 채원을 소속사가 그리도 괴롭힌 모양이었다. 뻔했다. 정화가 있을 때 부터 경제적인 문제로 연습생과 소속 연예인들을 못살게 굴던 회사였으니. 정화는 어쩌면 자신이 솜이도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당장은 아이돌로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보단 억울하고 질투나는 마음이 더 컸다.
- 오빠, 오빠는 나를 위해 어디까지 해줄 수 있어?
- 나? 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해주고 싶지 나는.
- 내가 만약 사람을 죽여달래도?
...
- 무슨 말이야?
- ...아니, 그냥 해본 말이야. 뭘 또 그렇게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고 그래.
- 장난으로라도 그런 말은 하지마.
정화가 가볍게 던진 그 말에 은탁은 가슴을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안그래도 마음이 무거웠다. 언젠가부터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목걸이를 바꾼 그 날 우연히 본 기사가 시작이었다. B씨의 범행이 보고된 이후로, 비슷한 범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 두 건이었다. 은탁처럼 목걸이를 바꿔치던 몇몇 사람들이 검거되었으나, 목걸이가 전부 똑같이 생겼고 이상하게 지문과 같은 증거도 남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현장에서 들킨 사람이 아닌 이상 대부분 무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정도가 점점 심해졌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마치 목걸이만이 능력의 전부이자 삶의 전부라는 듯 굴었다.B씨처럼 사람을 죽이는 일은 부지기수였고, 연쇄살인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백만장자들은 몇천만원씩 주고 목걸이를 사모으기도 했으며, 집과 같이 큰 매물의 계약에 있어서도 목걸이가 담보로 쓰였다. 목걸이를 도둑맞은 사람들은 우울증을 앓거나 확 죽어버리기도 했다. 문제가 얼마나 심각했으면, 국회가 목걸이 착용을 금지하자는 극단적인 법안까지 내놓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미 목걸이는 사람들에게 목숨과 같은 존재가 되어있었다. 외계인을 추앙하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퍼트린 ‘목걸이를 끊은 사람은 죽는다’는 주장은 마냥 이상한 소리가 아닌, 민간신앙처럼 받아들여졌다. 과학자들도 화학적 조성이 어떻니 주파수가 어떻니 하는 이유로 목걸이를 함부로 훼손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은탁은 뭔가 주객전도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는 죄책감이 들진 않았다. 더이상 죄책감이 들지 않는 자신과, 농담으로 살인을 입에 담는 정화와, 목걸이의 비위에 맞춰 돌아가는듯한 세상과 모든 상황을 이렇게 만든 외계인까지 모든 것이 두려웠다. 그 두려움에 압도당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은탁은 또 한 번의 공포를 맞닥뜨려야만 했다.
그렇게 인류는 탄생 이례로 첫 퇴보를 맞게 되었다. 사람들은 능력을 주는 목걸이를 갖고 나서 세상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누구도 목걸이의 용도를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 없었다. 목걸이를 경계하던 태도도 시간이 흐름으로서 점점 사라졌다. 오직 질투와, 탐욕과, 도둑질과, 폭력과, 살인에 눈먼 짐승 60억 마리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목걸이를 지키고 뺏는 것에만 집중했다. 처음에 목걸이로 이득을 봤던 사람들은 여전히 그러했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무리 많은 목걸이를 걸고 있어도 최고가 되긴 커녕 타락의 구덩이로 떨어지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외계인이 우리를 찾아온 그 날 찬성 버튼을 누른 것을 죄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