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가지고 본다면
가끔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물건을 맡길 때가 있다.
아이가 필통을 맡겼다. 끝나고 정신 없어서 주는 걸 깜빡했다.
수업이 끝나고 토요일
나 : 에구, oo가 필통을 맡겼었는데…미처 못 주고 말았어요. 어떡하죠.…
어머님 : 괜찮아요. 다음달에 주세요.
그래서 “네~” 했는데 필통을 살펴보니 빨리 돌려주어야 할 것 같았다.
나름 정리가 잘 된 필통이었다. 필요한 게 여기 모두 들어 있을 것 같았다.
이 필통을 보고 oo의 차분한 성격이 더 이해가 되었다.
이 필통이 누구 것인지를 몰랐다면 나는 필통의 주인을 여자라고 생각할까? 남자라고 생각할까?
다음날
나 : 필통을 보니...없으면 너무 불편할 것 같아요. 한 달 동안은 더더욱...그래서 내일 제가 우체국 갈 일이 있는데...부치면...그 다음날이나 늦어도 그다음다음날엔 도착하더라구요.
내일 부치게 주소를 알려주세요.~
주소를 알려주셨다. 월요일에 우체국에서 부쳤다. 근데 목요일에 우체국에서 카톡이 왔다.
나 : 우체국에서 카톡이 왔는데 등기우편물이 수취인의 부재로 배달하지 못하여 다음주 월요일까지 우체국에 보관한대요. 월요일까지 수취인님이 찾아가지 않을 경우 다음날 우편물이 반송된다고 하네요.
우체국 tel)1588-1300 이 번호로 통화해보니 지금 서초우체국에 있대요.
1588-1300 이 번호로 통화해보고 찾아오셔야 할 거 같아요.
음...번거롭게 해드린 것 같아요....
어머님 : 아녜요. 집에 사람이 없어서 못받았어요ᆢㅎ
찾아간 것에 대한 답을 안해주셨다. 이 필통 말고 다른 대용품이 있었던 걸까.
다음달에 만나서 물어보니 찾아갔단다.
필통 주인에게 돌아가기까지 나름 사연이 생긴 필통이다.
자, 처음 필통을 열었을 때 나에게 한 질문(누군지 모른다면)
이 필통은 가지런하게 정리가 되어 있으니 여자아이 것일까?
포켓몬 카드가 있으니 남자아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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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통 주인은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다.
나도 모르게 남자아이는 정리를 잘 못할 거라는 편견에 이런 쓸데없는 질문이 생각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