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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사와동화 Jul 11. 2024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560쪽/ 현대문학/ 2022년 8월(개정판)


할레드 호세이니(지은이), 왕은철(옮긴이), 현대문학, 2022년 8월 원제 : The Kite Runner     


'할레드 호세이니'는 아프가니스탄의 친소 공산정권이 들어서자,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망명했고, 미국에서 작가가 되었다.   

개정판이 되기 전 읽었다. 다시 정리하니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난다. 처음 쓴 작품이라던데 이렇게 잘 쓰다니! 그래서 할레드 호세이니의 두번째 작품인 <천 개의 찬란한 태양> 도 읽었다. <연을 쫓는 아이>보다 감동은 덜했다.  

'왜 하산은 그렇게 착하기만 할까?'에 대한 물음이 잠시 일었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한 불편함이 있었지만, 그것을 허물어가는 과정이 따뜻해서 좋았다. 

  

줄거리     


아프카니스탄에서 부자집 아들로 태어난 아미르는 하인인 하산과 친구처럼 지낸다. 이런 하산을 바바가 마음에 들어하고 아미르는 충직하고 곧센 하산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하산의 도움으로 연 싸움에서 우승을 하게 되고, 하산은 아미르의 우승을 기념하고자 준우승 연을 주워오다가 아세프 일당에게 잡혀 성폭행을 당하게 된다. 아미르는 이를 보고도 도와주지 못하고 자책을 한다. 하산은 도둑으로 몰려 집에서 쫓겨난다.


소련이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한 뒤, 바바는 아미르를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벼룩시장에서 잡화상을 하는 등 모진 고생을 한다. 아프카니스탄에서 장군을 역임한 타헤리 장군을 만나 아미르는 그의 딸과 결혼하고 소설가로 자리를 잡아간다.     


어느 날 라힘 한을 만나고, 하산이 배다른 동생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하산은 아미르의 집을 돌보다 탈레반에게 살해당했다. 라힘 칸은 하산의 아이를 미국으로 데려오라고 한다.     


아미르는 아프카니스탄으로 떠나 하산의 아들을 겨우 찾았지만 탈레반의 손에 있고 찾아 간 곳에서 아세프를 만난다. 자기와 싸워 이기면 보내 주겠다는 아세프와 싸움을 하지만 죽을 정도로 맞는다.

소랍은 아세프의 눈을 새총으로 쏘아 눈을 멀게 하고 도망간다. 다행히 미국대사관에 도착하여 소랍을 미국으로 데려가려 하는데 잘 되지 않자 소랍은 자살을 기도하고 실어증에 걸린다. 결국은 유능한 변호사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들어가고, 아미르는 연싸움을 하며 하산이 아미르에게 했던 것처럼 ‘너를 위해서 천 번이라도.’ 라며 소랍에게 말한다.     



등장 인물     


아미르: 파슈툰족이며 부자집 도련님(아버지-바바(유능한 사업가), 부인-소라야, 타헤리 장군의 딸로 미국에서 만나 결혼,) 

하산: 하자라족이며 아미르의 하인(아버지-알리, 바바의 하인/ 어머니-사나우바르, 하산이 태어난 후 가출) 

아세프: 아미르와 하산을 어릴적부터 괴롭히고 성장해서는 악행을 임삼는 텔레반의 책임자, 

라힘 칸: 바바의 친구이고 아미르와 하산에게 많은 도움을 줌, 

소랍: 하산의 아들(어머니-파르자나, 탈레반에 의해 살해됨.) 



책 속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들

     

나는 1975년의 어느 춥고 흐린 겨울날,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때 나는 열두 살이었다. 나는 그날, 무너져가는 담장 뒤에서 몸을 웅크리고 얼어붙은 시내 가까이의 골목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오래전 일이다. 사람들은 과거를 묻을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나는 그것이 틀린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과거는 묻어도 자꾸만 비어져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지난 26년 동안 아무도 없는 그 골목길을 내내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지난여름 어느 날, 라힘 한이 파키스탄에서 전화를 했다. 그는 나한테 그곳으로 와달라고 했다. 수화기를 귀에 대고 부엌에 서서 전화를 받던 나는 전화기 속에 있는 게 라힘 한만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속죄하지 못한 죄들이 가득한 내 과거가 그 속에 있었다._7쪽     


역사를 극복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결국 나는 파쉬툰인이었고 그는 하지라인이었다. 나는 수니파였고 그는 시아파였다. 그걸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어렸을 때 기어다니는 법을 같이 배웠다. 역사, 인종, 사회, 종교 중 어느 것도 그 사실을 바꿀 수 없었다._40쪽  


나는 그들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돌아섰다. 뭔가 따뜻한 것이 내 팔목에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눈을 깜박여보았다. 나는 아직도 내 주먹을 깨물고 있었다. 손마디에서 피가 흘러나올 정도로 깨물고 있었다. 내가 깨달은 또 다른 것은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이었다. 모퉁이를 돌 때, 아세프가 빠르고 규칙적으로 내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렸다.

마음의 결정을 내릴 마지막 기회였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결정할 마지막 기회였다. 하산이 과거에 나를 위해 그랬던 것처럼, 골목으로 들어가 하산의 편을 들어주고 싸우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결과를 감수하거나, 혹은 달아날 수 있었다.

결국, 나는 달아났다._102쪽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리고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그 이후 그가 그처럼 태연하게 미소 짓는 모습을 본 건 26년 후, 빛바랜 폴라로이드 사진 속에서였다._104쪽  

   

“네가 그 돈을 훔쳤느냐? 하산, 네가 아미르의 시계를 훔쳤느냐?”

하산이 가늘고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 말뿐이었다.

나는 뺨을 얻어맞은 것처럼 몸을 움찔했다. 나는 하마터면 진실을 얘기할 뻔했다. 그때, 나는 그것이 나를 위한 하산의 마지막 희생이라는 걸 알았다. 그가 아니라고 말하면 바바는 그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하산이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바바가 그의 말을 믿는다면 나를 추궁할 것이었다. 나는 해명을 해야 할 것이고 결국 거짓말이 들통날 것이었다. 바바는 결코 나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었다. 하산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내가 골목에서 모든 걸 보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거기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내가 자기를 배반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한번, 어쩌면 마지막으로 나를 구해주고 있었다._162쪽   

  

그러나 나는 내 입장을 고수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바바를 위해 더 이상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 과거에 나는 바바를 기쁘게 하려다가 나 스스로를 파멸시켰었다._208쪽     


라힘 한은 전화를 끊기 직전에 말했다.

˝오거라. 다시 착해질 수 있는 길이 있어.˝

막 생각이 난 것처럼 지나가듯 덧붙인 말이었다.

다시 착해질 수 있는 길이 있다니. _295쪽     


하지만 나는 하산과 알리를 집 밖으로 몰아냈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결과도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지나친 걸까?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바바가 그들까지 데리고 미국으로 갔을지 몰랐다. 어쩌면 하산은 지금쯤 집도 있고 직장도 있고 가족도 있고, 그가 하자라인인지 아닌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나라에서,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자라인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도 알지 못하는 나라에서 잘 살고 있을지 몰랐다._344쪽      

나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다시 꺼내 보았다. 햇볕을 받고 있는 사진 속의 둥그런 얼굴. 내 동생의 얼굴. 하산은 나를 사랑했었다. 아무도 그렇게 할 수 없을 만큼 나를 사랑했다. 그는 이제 죽고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일부가 살아 있었다. 그 일부가 카불에 있었다.

날 기다리면서.

아파트에 들어가니, 라힘 한은 방구석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핏빛 하늘을 등지고 동쪽을 향해 절을 하는 검은 실루엣.

나는 그가 기도를 마치기를 기다렸다.

나는 카불에 가겠다고 했다. 아침에 미국인 부부를 찾아가겠다고 했다.

그가 말했다.

“아미르, 너를 위해 기도하겠다.” _345~346쪽          


나는 소랍의 손을 잡았다. 작은 손이었다.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움직이며 내 손가락과 얽혔다. 나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다시 떠올렸다. 소랍은 사진 속에서 아버지의 엉덩이에 머리를 기대고 아버지의 다리를 껴안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다. 우리가 방을 가로지를 때, 소랍의 발목에 매달린 종이 딸랑거리는 소리를 냈다.

우리가 문에 이르렀을 때였다.

아세프가 우리 뒤에서 물었다.

“내가 그 아이를 공짜로 데려갈 수 있다고 말한 건 아닐 텐데?”

나는 몸을 돌렸다.

“원하는 게 뭔데?”

“너와 나 사이에는 끝나지 않은 게 있지. 기억 안 나니?”_437쪽  


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듣고 얼마나 슬프고 앞이 캄캄했는지 묘사할 길이 없구나. 나는 그가 내 친구이기 때문에 사랑했다. 동시에 나는 그가 선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랑했다. 아니 어쩌면 위대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사랑했는지 모른다. 네가 이해해줬으면 싶은 게 있다. 그것은 선이, 진짜 선이 네 아버지의 죄책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때때로 나는 그가 했던 일을 생각해본다. 네 아버지는 거리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고아원을 세우고 어려운 친구들에게 돈을 줬다. 그 모든 것이 속죄하고자 하는 그 나름의 방식이었다. 내 생각에는 그게 진짜 구원이다. 죄책감이 선으로 이어지는 것 말이다.

나는 신이 결국 용서해주실 거라는 걸 안다. 신은 네 아버지와 나, 그리고 너까지 용서해주실 것이다. 너도 똑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구나. 가능하면 네 아버지를 용서해라. 그러고 싶다면 나도 용서해다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너 자신을 용서하는 것이다._461쪽     


결국 인생은 인도영화가 아니다. 아프간 사람들은 ‘젠다기 미그자라’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시작과 끝, 캄야브(행)와 나캄(불행), 위기 혹은 카타르시스에 상관없이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먼지가 자욱한 코치(유목민)의 마차처럼 인생은 앞으로 느릿느릿 나아간다는 것이다._529쪽

   

용서는 화려한 깨달음이 아니라 고통이 자기 물건들을 챙기고 짐을 꾸려 한밤중에 빠져나가는 것과 함께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_532쪽     


“소랍, 잘 보렴. 네 아버지가 즐겨 쓰던 기술 중 하나를 보여줄게. 치고 빠지는 기술이다.”

소랍의 숨소리가 빨라지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얼레가 돌아갔다. 상처의 흔적이 있는 그의 팔목 힘줄이 루바브 줄 같았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순간, 얼레를 잡고 있는 손이 언청이 입술을 한 소년의 손으로 보였다. 손톱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고 굳은살이 박인 소년의 손으로 보였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 있었다. 어딘가에서 까마귀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막 내린 눈으로 공원이 하얗게 빛났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흰 빛이었다.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어딘가에서 순무 쿠르마 냄새가 났다. 말린 오디, 시큼한 오렌지, 톱밥, 호두 냄새도 났다. 정적. 눈 속의 정적. 그 정적이 귀를 얼얼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정적을 가르며, 우리를 집으로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른쪽 다리를 저는 사람의 목소리……. 나는 과거로 돌아가 있었다._568~5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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