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끄라 할까? 사랑을 얻을까?

편안한 삶을 위한 규칙 정하기와 적절한 심리적 거리 유지 2

by 역사와동화

주부1은 어두운 걸 싫어한다. 겁이 많아서 환한 걸 좋아한다.

주부2는 역시 알뜰하다. 꼭꼭 불을 꺼야 한다.


결국 주부1은 주부2에게 또 경제관념이 없다는 핀잔을 들었다. 어두운 게 싫은 주부1은 주부2한테는 말을 못하고 주부0에게 궁시렁댔다. 주부2가 주부1에게 잔소리를 할수록 주부1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점점 주부1이 주부2와 있는 자리를 피하고 싶어했다.

결국 갈등이 터졌다.

어느 날 밖에 나갔다 들어오니, 주부2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 그럴줄 몰랐다."고 주부0을 잡고 하소연을 하셨다.

"자꾸 불을 끄라면서 경제관념 없는 사람 만드시니까, 내가 어머님은 그렇게 알뜰하신 분이 그럼 왜 주무시면서 전등과 텔레비전을 켜놓으시냐!고 했지.“

그 상황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주부2도 나이 때문이겠지만 텔레비전을 거의 켜놓고 주무시면서, 그렇게 불을 끄라고 잔소리를 했으니. 참다못한 주부1이 드디어 한마디 한 것이다.

이런 일은 이상하게 꼭 주부0이 없을 때 일어난다.


그런데 생각보다 주부2가 너무 많이 서운해하셨다. 몇 번이나 서운하다고 말씀하셨다. 사위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으셔서 더 그런 것 같았다. 친해지라고 직접 해결하고 직접 소통하라 했는데, 아직은 아닌 것 같았다.


"엄마, 전기를 아끼는 것도 중요해요. 조금 절약은 되겠지요. 싫어도 계속 전기불을 끄라 하시면, 끄기는 하겠지요. 그래서 몇 천 원 절약되겠지요. 근데 그런만큼, 사위는 엄마를 안 좋아하게 돼요. 자꾸 그런 잔소리를 하면 사위는 마음에서 우러나서 엄마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요. 몇 천원이 사랑을 받는 것보다 더 값어치 있다고 생각하세요? 어떤 게 엄마한테, 더 좋을까요?"


주부2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이후, 불 끄라는 말은 안 하셨다.

“커텐을 꼭꼭 닫아야 열손실이 적다.”로 넘어갔다. 다행히 커텐을 꼭꼭 닫아야 하는 계절은 짧았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주부2도 커텐에 대해 무심해졌다.


물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가끔 주부2는 주부0이라는 제일 윗자리(?)처럼 보이는 그 자리에 있고 싶으셨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또 현명하셔서 80이 넘은 사람이 할 수 없다고 내려놓으셨을 거다.


주부1과 주부2는 닮은 점이 많다. 생각하기 보다 먼저 말하기, 잽싸게 행동으로 옮기기, 감정 알아채지 못하기, 규칙을 잘 지키고 성실하기 등등. 주부0이 이해 못하는 주부2의 어떤 점을 주부1은 이해한다. 이해하면, 사랑하기는 조금 더 쉬워질 거다.

"둘은 참 비슷해. 그래서그런지 나보다 사위가 더 엄마를 잘 이해하네."

신기해서 그런 느낌이 들 때마다 그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서로 약간의 연민이 포함된 동지의식을 느낀다.


지금은 그래서 주부 셋이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노하우가 서로 생긴 셈이다.

각자의 영역이 물리적으로도 확보되고, 집이 서로에게 편한 장소가 되니 집 밖으로 안 나가도 된다. 아주 가끔 주부0은 집 주위를 배회하기도 하지만(어쩌면 주부1과 주부2도 주부0이 없을 때는 어떨지 모르겠다.)... 일단은 더 욕심 부리지 않고 만족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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