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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사와동화 Apr 10. 2022

요리 실력, 50%의 공로자는
주부1의 리액션

요리의 재미와 칭찬

주부1의 가장 좋은 점은 허세와 자존심이 별로 없다는 거다.

그래서 자존감은 높을 거라 생각하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또 좋은 점은 권위의식이 없다. 내가 남자에게서 느끼는 가장 좋아하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연애도 나는 연하가 더 좋았다. 신랑은 많은 단점이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점이 그 단점을 모두 덮을 정도이다. 


주부0은 요리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신랑이 먹을 때마다, 새로운 반찬을 해줄 때마다 "음, 맛있다. 어떻게 한 거야!" 하고 웃어주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 나보다 주부 경력이 높은 학부모들이 있었다. 어느 날, 유부 초밥을 내가 해봤더니 너무 맛있어서 나는 아주 잘한다고 생각했고, 내가 한 게 제일 맛있으리라 생각했다. 원래 넣는 거에 깨와 참기름을 더 쳤는데, 스스로 대견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내가 먹고 싶은 걸 참고 소중하게 내놓았는데, 아이들은 그냥 그렇게 먹었다. 다른 엄마들도 유부초밥을 싸왔는데, 당근도 다져놓고 야채도 넣은 유부초밥이었다. 엄마들이 한 것보다 나는 내가 한 게 정말 맛있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뒤, 주부0은 정말 자신이 요리를 잘하는 게 맞나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자신만 아는 특별 비법을 말하면 경력이 오래되고 잘하는 주부들은 나도 다 아는 건데, 하는 표정을 짓곤 했다. 

다시 결론은 나는 요리를 아주 잘하지는 않지만 즐겁게 연구하며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 하는 요리를 할 때는 공부를 한다. 책을 보기도 하고 검색해서 비교해 보면서 좋은 걸 선택한다. 

찌개를 끓일 때도 책에서 인터넷에서 말하기를, 찌개는 고기를 넣더라도 멸치 육수로 국물을 해야 맛있다고 해서 꼭 그렇게 했다. 어느날, 나보다 주부 경력이 몇 십 년은 앞선 후배가 찌개를 먹어보고 맛있다 했다. 멸치 육수로 해서 그렇다 했더니, 자기는 몰랐다는 거다. 그런 주부도 흔치는 않겠지만, 맛있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주부 경력이 길어도 요리 솜씨는 좋아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주부 경력은 짧았지만 잘 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에, 조금은 더 맛있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요리 자신감이 향상되었다.


요즘은 요리 비법과 정보가 넘친다. 같은 요리 중에서도 나에게 맞겠다 싶은 거를 고르고 충실히 따르면 최고는 아니라도 먹을만은 하다.

신랑이 맛있다 하면 "레시피 보고 만들면 다 맛있지." 했다.

신랑이 아니란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레시피를 따라 한다고 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하기 때문에 레시피를 보고 했다고 다 맛있지는 않단다. 

신랑 덕분에 요리 자신감이 +++ 상승되었다.  


남동생은 요리를 잘한다. 내가 모르는 소스도 많이 가지고 있다. 자주 요리를 하지는 않지만, 하면 아주 잘하고 요리 재료에 대한 지식도 해박하다.


남동생을 불러서 가끔 밥을 먹기도 하는데, 남동생은 내가 한 음식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는다. 물으면 잘 안 된 부분에 대해서 얘기한다. 자연스럽게 얘기하면 나에게도 더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맛에 민감하고 너무 많이 알고 본인이 잘하니, 그런 것 같다. 남동생 같은 사람과 산다면, 잘한다 잘한다 하고 옆에서 조금만 거들면 맛있는 걸 많이 얻어먹을 것 같다. 한편으로 많이 배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좋은점은 안 살아봐서 어떨지 모르겠다. 어쨌든 요리하는 남동생을 오라 해서 내가 한 요리를 먹일 때는 긴장된다. 분명한 건 나의 요리 자신감이 뚝뚝 하강한다는 것이다.


신랑은 멀리서 바라보면 조금 못난 것 같은데, 같이 살면 참 편하고 좋다.

남동생은 멀리서 바라보면 괜찮은 것 같은데, 같이 살면 어떨지 모르겠다.

내 가까이에 있고 자주 접하는 남자라 가끔 두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둘을 섞어서 반반씩 나누면 더 좋을까...그런 생각도 든다.


나의 요리 실력이 혹시라도 늘었다면 누구 영향을 더 많이 받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잘못한 것만(?) 이야기하고 가르쳐준 남동생일까?

아니면 무조건은 아니지만(무조건은 아닌 게 핵심이다. 지적도 적절히 해주니까) 맛있다고 기뻐해준 신랑일까?


아무래도 나로서는 신랑 쪽인 것 같다. 맛있게 먹는 게 좋았고, 기뻐하는 모습이 좋았다. 칭찬 리액션에 어깨가 우쭐해지기도 했다. 맛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나누고 스스로 해결점을 찾아나갔던 것 같다.

남동생을 통해서는 내가 해보지 못한 것,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많이 배웠다. 근데 그것은 나에게 그렇게 많이 적용은 안 되었던 같다. 나는 그 정도로 타고난 미식가가 아니고 요리에 에너지를 그렇게 많이 쏟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쩜, 같이 살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일 수도 있다.


내가 신랑의 칭찬에 만족했기 때문에 요리의 대가(?)가 못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언제부턴가 레시피를 안 보고 혼자서 하는 요리도 많아졌다.ㅋㅋ 

결혼을 늦게 하는 바람에 늦게 배운 도둑질이라고 가끔은 요리하는 게 재미있을 때가 있다. 


주부0은 아직도 "내가 만들었는데, 이런 맛이라니!" 하고 스스로 감탄하곤 한다.

주부1은 "오, 맛있네. 어떻게 만들었어!" 하고 꼭 표현하고 맛있게 먹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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