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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사와동화 Apr 29. 2022

욕망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화폐박물관과 남대문 시장에서

화폐박물관에서 선사시대부터 시작하여 현대까지 시대를 따라 변해 온 화폐의 역사를 살펴보았어요. 또 위조지폐를 막기 위한 노력들(그만큼 위조지폐를 만드는 기술도 발전한 거겠지요.), 화폐가 만들어지는 과정, 화폐 창고, 각 나라의 지폐 등을 살펴보았어요.


우리나라 화폐의 숨겨진 이야기


1950년 한국은행이 설립되었어요. 우리나라 화폐 1000원 권에 두루마기를 입은 이승만 대통령이 최초로 등장했어요. 

1956년 500환(1953년 화폐단위가 '원'에서 '환'으로 바뀌었어요) 권을 발행했는데, 위엄을 살리겠다고 얼굴을 지폐 중앙에 오게 했어요. 

그러나 돈을 접을 때 감히 국부(國父)의 얼굴이 접히는 게 불경하다 해서 2년 뒤 새로 찍으면서 오른쪽으로 옮겼어요. 두루마기도 나이가 들어보인다는 이유로 양복 차림으로 바뀌었어요. 


4.19혁명 후 처음으로 지폐에 한글이 쓰이고  '세종대왕'으로 변경되었어요. 1960년 발행된 1000환, 다음해에 발행된 500환 둘 다 세종대왕의 얼굴이 새겨졌어요. 
 

우리나라 화폐에 여성이 처음 나온 것은 1962년 발행된 개갑 100환 권 지폐예요. 엄마와 아들이 통장을 쳐다보고 있는 그림으로, 저축을 독려하려고 만들었대요. 하지만 이 돈은 발행된 지 24일만(그해 6월 10일 통화조치로)에 유통이 금지되어, 최단기간 쓰인 화폐가 되었어요.


율곡 이이가 들어간 5000원 권은 1972년 발행되었어요. 처음에는 오똑한 콧날에 두툼한 눈썹을 한 서양인 얼굴이었어요. 화폐를 찍을 기술이 없어 영국에 맡겨서 찍어왔기 때문이래요. 이 돈에는 ‘서양 율곡’이라는 별칭이 붙었어요. 1977년 우리 기술로 돈을 찍어낼 수 있게 되면서 한국인 율곡으로 바뀌었어요.


세종대왕이 들어간 1만원 권은 1973년 발행되었어요. 원래는 5000원과 같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앞면 도안이었던 '석굴암 여래좌상'이 '종교적 상징물로 정부가 특정종교를 두둔한다'는 비판 때문에 1년 늦게 세종대왕의 얼굴이 새겨져 발행되었어요.

5만원권은 여론조사를 거쳐 신사임당의 얼굴로 정했고 2009년에 나왔어요. 

인물을 화폐의 도안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위조 방지 효과가 크고 존경받는 인물로 돈의 가치를 보증하는 의미도 있어요.
 


남대문 시장에서 물건 사기


화폐박물관을 보고 남대문 시장으로 향했어요. 조선 시대 남대문 시장은 생선을 팔던 곳이었다고 하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 입구 쪽에 생선을 파는 할머니가 계셨어요. 언제부터인지 없어졌어요.


남대문 시장을 둘러보고 정해진 돈 안에서 물건 사기를 해요. 5000원을 가지고 사고싶은 것을 산다는 게 쉽지 않아요. 

같은 것을 사는 경우도 별로 없지만 같은 것을 샀더라도 이유는 다 달라요. 

"제가 사고 싶은 것은 비싸기 때문에 아예 안 사는 게 나아요."

신중하다 생각했는데, 근데 그 아이는 간식으로 번데기를 샀어요. 처음 먹어보는 건데 맛있다 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많이 먹지도 않고 계속 들고다녔어요. 좋아하지도 않는 먹을걸 사는 걸 보니 신중하다 생각한 게 맞을까요? 혹시, 결정하기가 어려워 그런 걸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물어보아야겠어요. 

"저는 2000원 남았는데, 이 금액에 맞춰 다 쓸래요."

"아니, 꼭 안 사도 되는데..."

이 아이는 적극적으로 금액에 맞춰 물건을 골랐어요. 하지만 남은 금액에 맞춰 산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친구에게 주어버리고 말았어요. 

예쁜 것도, 사고 싶은 것도 많다.
사고 싶은 것은 5000원으로는 살 수 없다.
아까 2000원을 썼으니 3000원 안에서 골라야 한다.
그래도 어렵지 않게 골랐다. 5000원에서 600원이 초과하여 친구에게 600원을 빌렸다. 친구와 같은 것을 샀다.

 

친구들이 다 사고 난 뒤에 끝날 때쯤 친구들의 재촉을 받으며 겨우 샀다. 친구들이 핗요없는 걸 사냐고 할 때도 있다. 말랑말랑한 홍당무는 엄마는 뭉클거려서 싫다지만 나는 좋다.


종착점이 다이소가 되지 않기를 바랬는데, 다행히 알파문고에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어요. 


아이나 어른이나 갖고 싶은 것과 가질 수 있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야겠지요.

돈은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늘 부족해요. 넘치는 사람도 있을까요? ㅎ

사고 싶은 것은 너무 많은데, 가진 돈은 모자라고...그 사이를 어떻게 지혜롭게 메울 수 있을까요...

타협을 잘 하고 만족도를 높이는 현명함이 필요할 듯해요. 욕망을 줄이고 적절히 조절하는 것, 영원한 숙제이겠지요. 


근데 아직도 저는 좋은 것 하나를 사기 위해 사고싶은 욕구를 꾹꾹 참는 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정말 마음에 드는 것, 좋은 것을 사고 싶지만 그런 것은 금액이 높은 경우가 많더라구요. 

명품에 관심이 많고 사고 싶지만 경제적 여건이 따르지 않아서 참고 참아서 비싼 것을 하나씩 산다는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요. 많은 돈을 지불했으니 잘 산걸까 갈등도 많이 하고 혹시 흠집이라도 생길까 너무 조심하더라구요. 그렇게 산 것들이 옷 이상 가방 이상이 되어버린 것 같았어요.


나의 상황에 맞춰 순간의 기쁨을 조금더 누리면서 물건을 사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세일이라도 하면 괜히 횡재한 것 같구요. 택배 상자를 기다리는 설레임만으로도 행복할 때가 있잖아요. 근데, 쓰지도 않고 입지도 않고 잊혀진 물건들이 곳곳에 놓여 있어요. 좋은 것들은 그만큼 지불해야 되는 건가, 조금 우물해지기도 하죠.


그래도 어쨌든 세일하는 물건에 유혹되지 말고 꼭 필요한 것만 사자 다짐을 또 해봐요. 

아이들의 경제 체험을 한다고 간 남대문 시장에서 나의 욕망과 소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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