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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사와동화 Jul 14. 2022

가끔은 몽상가가 되도 괜찮아.~

화폐박물관과 남대문 시장

가끔은 몽상가가 되도 괜찮아.~

화폐박물관에서 수업이 두 팀 있었어요. 오전엔 4학년(이때부터는 성비가 수업에 영향을 조금 미쳐요. 이 팀은 여자아이 4명에 남자아이 2명, 좋은 구성이에요.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이 비율이면 수업에 균형이 맞춰진다 할까요...너무 활기차지도 않고 너무 가라앉지도 않는...)     


오후 팀은 1학년에 시작한 아이들이 2학년이 되었어요. 코로나로 1학년을 보내서 밖에만 나와도 좋아했었는데...수업도 연달아 못했는데...어느새 2학년이 되고 말았어요. 아직 어린 것 같아서 화폐박물관 갔다가 가까이 있는 남대문 시장에 가는데...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규칙을 잘 지키는 아이들이라...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저학년이랑 수업하면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이 좋아요. 헤어질 때 아쉬워하는 그 마음도 좋고요. 2학년은 아직은 선생을 좋아하는 나이인 것 같아요.ㅎ

    

먼저 한국은행이 하는 일과 우리나라 돈이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모습인지 공부해요. 화폐박물관 전시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돈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화폐 위조 방지를 위해 어떤 장치를 해놓았는지, 돈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다른 나라의 돈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등을 살펴봐요. 화폐 보관실도 들어가보고요.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 한 마디씩도 하고 관심 있는 나라의 화폐도 보아요. 자기 얼굴이 들어간 화폐도 만들어요. 요즘은 우크라이나 화폐전시도 있어서,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석유값과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곁들이고요.ㅎ     


여기까지는 아이들 학년에 따라, 지식 정도에 따라, 조금 쉽게 아니면,  조금 더 많이 정도의 차이만 있어요.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드러나지 않죠. 근데 남대문 시장에 가서 물건 사기를 하면 저엉말~ 똑같은 아이가 하나도 없어요.     

오전 팀은 모두 양말을 살 것 같았는데 그렇진 않았어요. 나중에 보니...어머님들이 양말을 사라 하신 것 같았어요. 아이들이 ‘사고 싶다! 그런데 돈이 없네!’ 이런 말도 잘 안 하더라구요. 요란하지 않게 물건을 고르고 비싸지 않은 것을 샀어요. 5000원이란 돈을 가져와서 남겨가기가 쉽지 않은데...모두 남겨갔구요. 미리 무엇을 사야되겠다 생각하고 온 것 같은... 욕망의 근원지에서 이리 고민하는 모습을 안 보이기도 쉽지 않은데...

보통 주어진 예산 안에서 원하는 물건을 사느라 엄청 고민하는데... 

그래도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물건을 고르고 사기까지 나름 고민이 있었겠지요... 안 산 사람도 있으니, 모두 알뜰한 쇼핑을 한 것 같아요. 안 사는 것도 경제 활동이니까요.     

아예 사지도 않은 한 아이는 물건을 사고 싶은 욕심도 갖고 싶은 것도 별로 없대요. 다른 아이보다 용돈을 조금더 많이 받더라구요. 용돈은 주로 먹는 데 쓴대요. 안 쓰니 저축도 잘 하는 편이라고. 물건에 대한 욕심이 많지 않아서, 물건보다는 경제에 관심을 더 기울여도 좋을 것 같더라구요. 주식에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했더니 어머님께 말씀드렸는데 그때 주무시고 계셨다네요. 그래서 어머님께 말씀드려주었는데, 어머님이 어떠실지는 모르겠어요.

이 아이보다 더 조금 받는 아이는 받은 돈의 삼분의 일을 저축한다네요. 그러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기특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핫도그 한 개씩 먹으면서 화폐박물관으로 돌아와 나머지 공부를 하였답니다. 이 팀은 씩씩하게 질문도 많이 해요. 이런 점, 참 좋아요.~~모두 자기 의견을 잘 말하는 아이들이라 물건을 살 때도 자기 요구를 강하게 드러낼 줄 알았는데... 돈을 아껴 쓰도록 교육을 잘 받은 걸까요? 


오후 팀은 2학년, 쌍둥이 남매에 여자아이 1명, 남자아이 1명이에요.

제일 먼저 비행기 장난감을 4000원 주고 사고 1000원 남은 걸로 고민해서 400원짜리 카드를 2개 사고 200원을 남겨간 아이(고민도 하지 않고 막 선택하는 것 같았는데, 고민을 했겠죠.^^;; 나중에 사고 싶은 게 2000원짜리가 있었는데, 친구한테 빌리는 걸 가르쳐주었거든요. 근데 친구가 1000원을 안 빌려주더라구요. 음...대부분은 빌려주던데, 착한 아이였는데...서로간에 신뢰가 안 쌓였나 봐요.), 가진 돈을 잘 계산하며 요것조것 골라 산 아이, 마음에 드는 물건과 금액이 안 맞아 할 수 없이 한 가지를 샀는데 나중에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아서 처음 산 물건을 반품하고 물건을 산 아이, 사고 싶은 물건을 가져 오면 예산보다 많이 초과해서 못 사고, 그런 대로 비슷한 것을 가져오고 조금 실망하고, 끝까지 고민하면서 못 사다가 나중에 예산 안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산 아이, 나름 경제 활동을 열심히 했답니다.ㅎ

이 팀 아이들은 주어진 예산 안에서 원하는 물건을 사는 게 어렵다는 거 한 가지는 배웠을 것 같아요.

모든 아이들이 배워가는 거지만요.ㅋ

주어진 돈 안에서 요것조것 물건을 골라 사는 것은 배운 걸까요? 아님, 타고난 것일까요?

쌍둥이 남매는 둘다 마음에 드는 물건과 금액이 맞지 않아서 오랫동안 고민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타고 났다에 더 기울어졌지요.ㅎ 오늘 쇼핑 중에서는 쌍둥이 남매의 모습이 제일 좋았어요. 신중하게 고민하고 선택하고 산 것을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했거든요. 

물건 사기를 해보면 교육에 의한 효과도 있지만(경제적 상황도 포함하여) 타고 난 부분도 많은 것 같아요.


너무 욕심을 부리는 사람에겐 그만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하지만 욕구를 드러낼 줄 모르는 사람(자기 내면의 동기나 욕구를 잘 모르는)은 갖고 싶은 것도 심지어 하고 싶은 것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거나 실현 가능하다 생각하는 것만 하겠지요... 

너무 욕망이 없는 사람에겐 


가끔은 몽상가가 되도 괜찮아.~


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남대문 시장에 가면 자꾸 이런 저런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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