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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사와동화 Mar 29. 2023

쇼리

옥타비아 버틀러/ 박설영/ 456쪽/ 프시케의숲/ 2020.7.6.

기억을 잃은 뱀파이어 이야기를 이렇게 길고 흥미롭게 쓰다니...

우리가 책이나 영화를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뱀파이이어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은 취하면서, 어떤 부분은 틀린 거라며 뱀파이어 이야기를 새롭게 전개한다.


“난 실험 대상인 것 같아. 그래서 나와 비슷한… 다른 종족들보다 햇빛을 더 잘 견디는 것 같아. 살갗이 타긴 하지만 그들만큼 빨리는 안 타는 거지. 모두 햇빛 알레르기가 있다고 생각하면 돼. 하지만 누가 실험을 했는지, 누가 나를 까맣게 만든 건지는 몰라.”(54쪽)


“이나 아이들은 남자나 여자 할 것 없이 더 강한 독을 가지게 되는데 여자의 독이 남자보다 훨씬 강해. 그런 점에서 이나는 일종의 모계사회야. 쇼리처럼 몸집이 작은 아이들이 진짜 강할 수도 있는 거지.”(167쪽)


나도 그걸 원했다. 나의 공생인들이 나와 함께하며 서로를 즐기는, 나는 내 아이를 키우고 그들은 그들의 아이를 키우는 집. 그건 옳다는,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195쪽)


인간의 인종차별은 이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인간의 인종이 그들에게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어디서든 마음이 통하는 공생인을 찾았다. 오직 개인적 취향만 따질 뿐, 그 밖엔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았다.(227쪽)


“어떤 인간들은 우리가 어째서 그토록 장수하는지 알고 싶어 했어. 노화를 피하는 어떤 비밀스런 마술을 가진 건 아닐까? 그 비법을 알아내려면 무슨 짓을 해야 할까? 세월이 흐르면서 우릴 둘러싼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우리는 도망치거나 싸워야 했어. 그렇게 하지 못하면 악마나 엄청난 비밀을 숨긴 자로 몰려 고문받고 살해당했어."(283쪽) 


“우리가 이나라는 사실을 언제나 기억하기를.” 그가 깊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만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유구하고 명예로운 종족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가족, 우리의 종, 우리를 우리답게 만들어주는 진실들에 대한 의무를 잘 알고 있는 긍지와 힘을 가진 종족입니다. 공생인들을 변함없는 친절로 돌보기를. 그들을 보살피고 해악으로부터 보호하기를. 짝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충성을 다하고 관대함을 보이기를.…” (345쪽)


“난 이런 삶을 원해, 쇼리. 다른 삶은 원한 적 없어. 나는 200살까지 살고 싶고, 네가 줄 수 있는 모든 쾌락을 느끼고 싶고, 질병 없이 강하게 살고 싶고, 절대 허약하거나 노쇠해지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난 널 원해.”(416쪽)


뱀파이어는 이나 종족이다. 그냥 인간과 다른 종족일 뿐이다. 그들의 삶은 마음이 통하는 공생인과 살기, 인종 차별주의 없음, 친절, 보호, 배려...이상 사회의 덕목들이 많다.

인간의 오래 살고 싶은 욕구, 건강해지고 싶은 욕구, 성적 쾌락에 대한 욕구 등을 적절히 만족시키고 있다. 

특히 집단 가정생활과 같은, 지금까지의 가족의 개념으로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도덕적으로 보면 무리가 있을 것 같은데...뱀파이어 상황 아래 놓으니...가능하고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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