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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사와동화 Mar 26. 2023

당신 엄마 맞아?

포옹

당신 엄마 맞아? - 웃기는 연극 

앨리슨 벡델(지은이), 송섬별(옮긴이)/ 움직씨/ 2019-03-15원제 : Are You My Mother?: A Comic Drama


앨리슨 벡델의 <펀홈>을 읽고 흥미가 생겨 그녀의 책을 더 찾아보았다.

 <펀홈>은 아버지를 포함한 가족 이야기라면 이 책은 엄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재능 있는 아이를 부러워했는데...재능 있는 아이는 너무 힘든가보다.

지은이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제대로 사랑해줬다면 더 행복하게 재능을 꽃피웠을 텐데...

나는 재능이 없음을 아주 오랫동안 슬퍼했는데...정신 치료를 받지 않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하나.


"필요한 것을 주지 않은 어머니에게 분노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기 때문인가요?"

"음 그러니까... 이 선을 넘어서는 안 될 거 같아요."(274쪽)


성공할수록 공허함을 느끼고, 그 공허함 때문에 성공 욕구가 더 커진다. 악순환이면서 또 유용한 이 순환이 바로 앨리스 밀러가 말한 '재능 있는 아이'가 처하는 곤경인 것이다.(113쪽)


앨리스 밀러가 이야기한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는 정신분석가가 된다.(155쪽)

앨리스 밀러는 재능 있는 아이에게 타인이 필요한 것을 꿰뚫어보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고 했다.(159쪽)

이 장면이 엄청 공감이 된다. 착한 아이가 되는 어쩔 수 없는 슬픔. 


위니캇은 신생아가 가진 '상상도 할 수 없는 불안감'을 열거한다.

(1) 조각조각 나눠지는 것

(2) 영영 아래로 추락하는 것

(3) 신체와 관계 맺지 못하는 것

(4)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

충분히 좋은 어머니는 아이를 안아주는 것만으로 이 불안을 없애준다. 정신분석가는 환자에게 '포옹의 공간'을 조성한다. (278쪽) 

(도널드 위니캇의 책을 좀더 찾아 읽어야겠다.)

 

내 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것이 있다. 결핍과 간극과 공백이 있다. 하지만 그 대신 어머니는 내게 다른 것을 주셨다. 아마도 훨씬 더 값진 것.

그녀는 내게 출구를 주었다.(294쪽 책의 맨 끝)


이 책의 작가는 엄마가 공백을 주었어도 엄마와 지적인 대화를 많이 나눴다. 행운이다. 그나마 그런 대화가 가능하다면 엄마와 좀더 가까워질 수도 있을 테지. 

이 작가가 받은 조슬린 상담사 같은 사람에게 심리 상담을 받고 싶다. 꿈과 연결된 분석적인. 나는 꿈을 아주 많이 꾼다. 


이 책은 흥미로우면서도 자꾸 머리가 아프고 마음이 불편하다. 이 작가는 생각이라도 나는 에피소드나 많이 있지, 나는 기억나지도 않는 사랑받지도 못한 어린 시절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나의 어린 아이에게 온전히 공감도 못한다. 뭔지도 모르는 채 멍하게 있는 아이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엄마와는 거리를 두려고 의식적으로 애를 쓴다. 더 가까워지면 나를 더 힘들게 할 것 같다. 스킨쉽도 쉽지 않고 사랑의 감정이 잘 생기지 않는다. 


여섯살 때, 큰 수술을 했다고 한다. 그 기억은 없고 칼과 가위에 대한 공포만 남아 있다. 나의 감정은 그때 멈춘 것 같다. 그리고 오랫동안 공백기. 공백이 너무도 길었다. 그 사이에 엄마의 포옹은 없었던 거다.  


출구조차도 내가 찾은 것 같다. 나는 거만하거나 기억의 오류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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