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이 좋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역사와동화 Apr 18. 2023

라면의 재발견

김정현, 한종수/ 244쪽/ 따비/ 2021-01-15

후루룩 맛보는 라면 연대기 

     

라면에 이런 역사가 있다니!!! 

읽고 나면 라면이 먹고 싶다. 결국 라면을 먹었다. 

   

 

책의 내용은 책 속 문장으로 대신한다.


긴 전통을 이어와 장인의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우동에 비해, 서민의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주카소바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에 더 적합하리라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결정적인 것은 면의 굵기였다. 긴 조리 시간이 필요치 않은 가는 면이야말로 안도가 추구한 ‘인스턴트’에 꼭 필요한 요소였다.(41쪽)     


라면의 포장 단위는 1인분이다. 밥을 여러 반찬과 함께 먹는 한국의 식문화는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가능하게 했지만, 식사 준비의 번거로움이 뒤따랐다. 산업화 도시화에 진입하며 바빠진 일상을 꾸리는 핵가족 주부에게 라면은 구원이나 다름없었다. 엄마와 눈만 마주치면 배가 고프다고 외치는 성장기 아이에게, 밤늦게 야간자습을 마치고 돌아온 수험생 자녀에게 차려줄 수 있는 가장 간편한 간식이자 야식이 라면이었다.(90쪽)


컵라면이 기대만큼 시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자, 삼양식품은 대담한 시도를 했다. 1976년 명동 코스모스백화점, 경희대 입구, 수송동 삼양식품 체인점, 그랜드제과, 이화여대 입구 등 서울 다섯 곳과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중심지에 ‘컵라면 자동판매기’를 설치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자판기는 지금 생각하는 것과 같이 라면에 끓는 물을 자동으로 부어 익힌 라면을 내주는 것이 아니었다.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제품을 선택한 뒤 물을 내리는 버튼, 젓가락을 떨구는 버튼 등을 차례로 누르는 식이었다.(104~106쪽)     


‘라면 사도신경’은 이를 패러디한 것으로, ‘라면교도’라면 누구나 믿어야 할 기본적인 교의라 하겠다. 그러니 물론, 라면교가 먼저다. 라면교 안에서는 ‘면발과 국물과 김치의 삼위일체를 부정하는’ 짜장 라면이나 비빔면, ‘끓는 기름의 고난을 부정하는’ 생면 등을 라면으로 인정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이단 논쟁을 벌이고 있다.(126쪽)      


편의점은 용기면을 주로 구입하는 공간일 뿐 아니라 용기면을 먹는 주된 공간 중 하나다. 편의점에는 끓는 물과 꼬마 김치, 라면 양이 부족할 때 같이 먹을 수 있는 삼각김밥이 있다. 어차피 혼자 먹는데다 설거지도 귀찮아 용기면을 먹는다면, 편의점이 집보다 못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157~158쪽)     


한국산 매운 라면을 ‘먹어내는’ 도전은 하나의 문화현상이 되었는데, 2020년 6월 기준으로 ‘Fire Noodle’로 유튜브를 검색하면 120만 개가 넘는 동영상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생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매운맛. 그 매운맛을 극대화한 불닭볶음면(2012년 4월 출시)이 일으킨 현상이었다.(163~164쪽)     


책 속에 나오는 라면과 관련된 문학 내용도 재미있다.

    

이외수 왈 “라면을 끓일 도구가 없어서 생라면을 먹는 사람과 라면을 끓이기 귀찮아서 생라면을 먹는 사람을 똑같이 취급하면 안 된다.”     


이문열 <변경> 7권_철은 갑작스레 살아나는 식욕으로, 그러나 아주 공손하게 라면을 먹기 시작하였다. 그때의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맛난 음식을 먹고 있는 듯했다.

(1960년대 초의 라면 먹는 모습 묘사)     


복효근


라면론-라면의 온도     

방학이 되어 학교 급식 못먹을 때

내리 사흘 라면을 먹고 버틸 때

'라'자만 들어도 토가 나올 것만 같을 때

어쩔 수 없이 마악 또 라면을 끓이고 있을 때

"밥은 챙겨 먹고 있니?"

담임의 전화를 받았을 때

"네, 걱정 마세요."라고 대답해야 했을 때

딱히 누구를 향해서도 아닌,

근거없는 밑도 끝도 없는 적개심이

가슴을 치며 올라올 때

내 끓는 피의 온도는 섭씨 100도       

   

라면론-라면에 대한 예의     

눈물로 간을 맞춘 라면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인생에 대해서 말하지 말라.

라면은 맛으로 먹는게 아니다.

그러니 라면 국물을 마실 땐 그릇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받들듯이 먹는 것이다.

그땐 그랬다고, 그런 시간이 있었다고

늘 세상 어딘가엔 눈물로 라면을 삼키는 사람은 있다고

K선배는 말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한민국 치킨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