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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사와동화 May 22. 2023

마음을 그리는 아이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지음/ 원지인 옮김/ 보물창고/ 2020년 06월



담요도 없이 버려진 아이     

 

‘홀리스 우즈’는 한 살 때 버려진 아기다. 한쪽 구석에, 담요도 없었다. 이름도 장소를 따라 지어졌다. ‘홀리스 우즈’는 열두 살 소녀로 자라기까지, 위탁 가정에서 도망치며 살았다. 홀리스를 그저 거칠고 버릇없는 사고뭉치로만 여겼고, 쫓겨나기 전 홀리스 우즈가 먼저 떠났다.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었던 리건 가족을 그리며 조각을 하는 조시 아줌마네 머물면서, 홀리스는 그림이 마음을 표현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조시 아줌마는 치매로 점점 혼자 살기가 어려워진다.

조시 아줌마랑 가장 친한 베아트리스 아줌마는 여행을 떠났고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조시 아줌마는 자기 집에서 못 살고 자신도 다른 곳으로 보내질 것이다. 홀리스는 모든 짐을 챙겨 조시 아줌마를 데리고 비어 있는 리건네 집으로 숨어든다.

           

마음을 안다는 것   

  

* 6살 때 홀리스가 그린 그림을 보고 말하는 에반스 선생님과 스티븐  

   

“홀리스, 이건 가족 그림이잖니. M으로 시작하는 엄마, F로 시작하는 아빠, B로 시작하는 오빠, S로 시작하는 여동생, 그렇게 한 가족이 H로 시작하는 집 앞에 서 있는 그림이잖아. 이 그림에 W로 시작되는 단어가 어디 있다는 거니?” 

나는 “소망하다의 wish나 원하다 want의 W, 음악 선생님이 가르쳐 준 <사랑스럽지 않나요 (Wouldn't it be loverly)> 같은 노래의 W는 어쩌고요?”라고 선생님에게 말하려고 했다.(7쪽~8쪽)     

“이건, 소망(Wish)의 그림이네. 가족을 갖고 싶은 소망.”  

스티븐이 천천히 말했다.(159쪽)          


자신의 그림에서 아저씨의 마음 발견     


나는 ‘가족이 된 것을 환영해’ 케이크를 들고 등으로 문을 밀고 나오던 이지 아줌마 그림을 내려다보다가 내가 기억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보았다. 그것은 아저씨가 스티븐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은 모습이었다.

첫 고기를 낚은 내 그림이 보였다. 스티븐은 내 앞에서 그물을 들고 있었고, 아저씨는 웃음 짓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아니라 스티븐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또 다른 그림, 짝짝이로 양말을 신은 스티븐이 등만 보인 채 차 엔진에 머리를 박고 있고, 아저씨는 엉덩이에 양 손을 집고 서 있다. 그러나 아저씨 눈은 부드러웠다.(189쪽)     


그제야 비로소 홀리스는 베아트리스 아줌마의 말을 확실히 이해한다.     

“그림은 세상에서 네가 보는 것, 진정으로 보는 것을 그리는 거야.”

“그리고 때때로 네가 보는 것은 네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도 깨닫지 못하는 상태에서 네 머릿속 깊은 곳에 자리를 잡지. 하지만 일단 종이 위에 펼쳐지고, 네가 그것을 실제로 보게 되면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거야.”(62쪽)

베아트리스는 한쪽 눈과 숱이 많은 눈썹, 선명한 속눈썹을 손으로 만지며 말을 계속했다.

“그림에 세상이 담겨 있단다. 그러니 계속 세상을 바라보면서 진실을 찾아야 하는 거야.”(63쪽)  

   

자신 때문에 아저씨와 스티븐 사이가 나빠졌나를 걱정하던 홀리스는 트럭 사고가 난 뒤 더 관계를 망치게 할까 봐 리건 가족을 떠났는데…,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고 정확히 깨닫는다. 반항한 만큼, 자기 자신을 지켜낸 만큼 어쩌면 홀리스는 더 많이 진실을 보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마음을 잘 알기가 쉽지 않다. 홀리스가 상처를 받지 않았다면 자기의 생각을 마음을 멋지게 표현했을 거다. 하지만 홀리스는 입을 꼭 닫았다. 다른 매개체로 그림을 택했다. 타고난 재능이 발휘된 것. 그걸 알아봐 준 로건 가족(아저씨, 이지 아줌마, 스티븐), 조시 아줌마, 베아트리스 아줌마다. 고맙다. 끝까지 홀리스를 포기하지 않고 홀리스가 그 집을 사랑한다는 걸 알고 “큰 눈보라가 치던 때만 빼고 매일 여기 있었어.”라고 말하는 스티븐 너무 고맙다. 


홀리스가 리건네 가족이 된 뒤에도 아저씨와 스티븐은 티격태격할 것이다. 홀리스는 ‘네가 가족에 대해서 뭘 알아? 가족을 가져 본 적도 없잖아.’ 하고 말했던 스티븐의 말을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이지 아줌마처럼 “그들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할 거야.”하고 말할 것이다. 

홀리스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나중에라도 자기 마음을 이야기해서 오해를 풀었다. 가족을 간절히 원하는 홀리스의 소망이 이루어져서 기쁘다.

홀리스의 마음을 끝까지 따라가 깊이 있고 섬세하게 표현한 작가 덕분에 홀리스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 작가에게도 고맙다.


* 표지와 제목, 본문의 그림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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