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처가 호캉스 100% 활용법

백년'손님'의 정석과 안마의자의 무릉도원

by 환불포기

​대한민국에서 사위란 보통 '백년손님'으로 불린다. 처가에 가면 왠지 모르게 각 잡힌 자세로 앉아 장인어른이 주시는 술잔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거나, 식사 때가 되면 무거운 상을 솔선수범해서 펴고, 주방을 기웃거리며 "장모님, 제가 뭐 도울 거 없을까요?" 하고 예의상 빈말이라도 건네며 점수를 따려는 것이 일반적인 K-사위들의 생존 공식이다.


​그런데 우리 집 양반은 '백년손님'이라는 단어에서 오로지 '손님'이라는 두 글자에만 아주 지독하게 꽂힌 모양이다.
​그의 처가 방문기를 가만히 관찰해 보면, 이것은 처가살이의 고충이나 눈치 보기가 아니라 흡사 5성급 호텔에 '호캉스'를 온 VIP 고객의 태도에 가깝다. 그리고 그 VIP 고객의 진면목을 제대로 목격한 대망의 사건이 있었다.


​친정 식구들과 다 같이 한바탕 마트 장을 보고 돌아온 날이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온 가족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일흔이 다 되어가는 장인어른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고기를 굽기 시작하셨고, 장모님은 잰걸음으로 야채를 씻으셨다. 나는 두 아이를 화장실로 밀어 넣으며 릴레이로 손발을 닦이느라 혼이 쏙 빠져있었다.
​그렇게 우당탕탕 1차전이 끝나고, 이마의 땀을 닦으며 거실로 나왔을 때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위이잉- 덜컹, 위이잉- 덜컹.'


​거실 한가운데 놓인 안마의자에 남편이 깊숙이 파묻혀 있었다. 그는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무중력 상태의 극락을 맛보는 중이었다.


​아무리 처가가 편하다지만, 장인 장모가 주방에서 불과 물과 사투를 벌이며 사위 먹일 고기를 굽고 있는데 건장한 사위가 안마의자라니! 등짝을 시원하게 스매싱하고 싶은 충동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헛웃음을 뱉으며 솟아오르는 분노를 꾹 눌러 담았다.
​'그래, 기대감을 지하 1층까지 낮췄다고 생각했는데, 이 남자는 안마의자를 타고 지하 3층을 파고 들어가는구나. 인정하자, 이 뻔뻔함은 거의 예술의 경지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처가에서 안마의자와 혼연일체가 된 남편을 보며 분노 대신 실소를 머금는다. 이 어이없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시트콤은, 5성급 처가 호텔에서 오늘도 절찬리에 방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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