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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가끔씩 느끼는 외로움

by 비뭉

수많은 사람들로 둘러싸인 직장에서 가끔씩은 모종의 이유로 외로움을 느끼곤 한다.

오늘은 밥친구가 없어서 외로움을 느꼈다.

참 이상하다. 이미 몇 년전부터 난 점심에 혼자 운동하고 홀로 즐기는 삶에 익숙해져 있는데 말이다.

유독 오늘만큼은 누군가와 같이있고 싶기 때문이었을까? 혼자가 싫었던걸까?

이런날도 있고 저런날도 있나보다.

아쉬운 마음 끝내 풀어내지 못한채 터벅터벅 헬스장으로 걸어갔다.


직장에서 나처럼 별 일없고 재미없는 유형의 사람도 가끔씩은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다.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인가보다.

그렇게 사람을 싫어하다가도 불현듯 사람이 고프다.

그럴때면 사람들 주위를 내심 기웃거려 보지만 역시나 이 인간들은 다 계획이 있더라!

'나도 운동해서 득근하면 그게 더 남는 장사다!' 혼자 되뇌인다.

동시에 못내 아쉽다. 그렇다고 간다는 사람 붙잡을 수도 없다.


헬스장에서 40분 짧게 운동하고 허기를 달래러 나간다.

혼자 먹기에 가장 무난한 메뉴는 햄버거다. 롯데리아를 선호하지만 너무 멀리있어 근처 버거킹으로 간다.

'오 미친... 가격이 또올랐네?' 1만원에 근접한 와퍼세트를 고를까 하다 더 비싼 프리미엄 메뉴를 누른다.

이래나 저래나 비싼돈 주고 햄버거 먹을 바엔 확실한 프리미엄 버거를 먹겠다는 결심이다.

1인석에 앉아 내 번호가 불리길 기다리며 창가를 본다.

삼삼오오 짝지어 추위에 벌벌 떨며 이동하는 직장인들을 응시한다.

따뜻한 곳에 다리를 꼰 채 노래를 들으며 보고 있자니 왠지모를 승리감도 느껴진다.

'편안하니 내 신세가 참 좋구나... 하지만 역시 오늘은 좀 고독하긴 해...'

경계선에 놓여진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하며 음식은 대체 언제 나오려나 알바생들을 빤히 쳐다본다.


의미없이 만지작거리던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한다.

와이프 전화다. '오 심심하던 찰나에 걸렸다.' 냉큼 통화 버튼을 누른다.

밥 뭐먹냐. 오늘은 누구랑 먹었냐. 운동은 했냐. 밥 먹고는 뭐할거냐. 오늘은 몇시에 퇴근하냐 등등...

역시나 이번 통화도 별 의미없는 내용들 투성이다.

시덥지않은 내용들이다.

어른의 대화라 하기엔 너무 창피한 수준에까지 도달한다.

"됐어 끊어! 아오 시끄러워!"

퉁퉁거리는 와이프의 목소리를 들으며 짧은 대화를 끝낸다.


쌓였던 외로움이 온데간데 자취를 감췄다.

3분을 넘지 않는 시간이지만 얼굴에 화색이 돌기에 충분했다.

'그래 인생 별거있냐?대충 이렇게 사는거지!'

금세 햄버거를 해치우고 회사로 향한다. 발걸음이 경쾌했다.

'역시 가족밖에 없군! 오늘도 얼른 퇴근해야겠다'

사무실 거울 속 내 표정은 그 누구보다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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