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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요즘 소문 안좋아."를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by 비뭉

"내가 너 챙겨주고 싶은데 생각보다 평판이 안좋더라. 그래서 내가 얘 전혀 문제 없다고 열심히 해명했어."

이 말을 들은 후, 하루 정도 기분이 참 불쾌했습니다.

이 말을 옮긴 사람이 특별히 밉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

원래부터 이렇게 살아온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날 둘러싼 평가에 초연해지려고 마음 먹어도 정작 실전 앞에서는 흔들리더군요.

'어떤 놈일까.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몇 명 의심되긴 했습니다.

그 사람들은 고과를 챙기기 위해 저를 끌어내려야 하는 입장이었죠.


'나를 그리 잘 아나? 같이 일해본 적도 없는데 왜 날 끌어들일까.'

저는 매년 동료 다면평가에 있어서도 꽤나 높은 점수를 받아왔거든요.

그래서 평판이 안좋다는 말이 다소 생경하게 다가왔습니다.

다면평가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을만큼 저와 멀리 있는, 접점이 없는 그들이 저를 이러쿵 저러쿵 언급하는 것이 이해가지 않았습니다.


많이 억울했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 요즘에 들어서는 그렇게 마음 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사람이란 동물이 원래부터 남의 헛점 보기를 좋아한다잖아요.

자신보다 잘나면 질투하고, 자신을 위협한다 싶으면 마구 물어뜯는게 이 세상 어두운 공식 아니겠습니까.

저라고 뭐 그들과 크게 다르겠습니까. 은연 중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 수도 있겠죠.

'살다보면 가끔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살다보면 언젠가 밝혀지겠지.'라는 마음으로 별 대수롭지 않게 사는 것이 답인 듯 합니다.


재밌는 것은 저를 낮게 평가한 그 몇 명도 우리 회사에서 평판이 지극히 안좋다는 거에요.

회사생활이 참 요지경입니다. 끊임없이 물고 물리는 관계죠. 여기서 저라고 예외일 수는 없지요.

풍문에 휘말려서 고과 못받고 승진 좀 못하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70년도 지나지 않아 전부 죽을텐데요.

인생 길게보면 이런거 크게 의미 없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마냥 회사만 바라보고 회사에 의지하며 살 생각도 별로 없습니다.

회사를 싫어해서가 아닙니다.

인생의 보람과 즐거움을 찾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그저 수단일 뿐이지요.

그러니 직장에서의 음해와 모함들이 제 인생에 낄 자리는 없습니다.

지금 좀 억울하다고, 승진이 밀렸다고, 오해 좀 받는다고 크게 연연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 잠시 지나가는 것들 뿐이죠.

오히려 저는 요즘처럼 회사생활에 의존만 하다 인생이 끝나버리지 않을까... 그게 좀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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