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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Mar 26. 2024

서울 어바니즘

이상헌 저/ 공간서가

책표지

최근 '적층도시-을지로'라는 도시워크샵을 ‘리슨투더시티’와 함께 진행하였다. 도시재개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듣고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작은 소리일지라도 도시재개발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면서, 도시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깊어짐이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도시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전에 구입해 놓았던 '서울 어바니즘'을 꺼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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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라는 도시는 그 역동성과 변화의 속도로 이미 꽤나 유명하다.  정치기사의 핫 이슈가 금세 사라지고 사람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린다. 그 속도만큼 서울의 도시건축도 빠르게 사라지고 변화한다. 필자의 도시 바라보기는 서울의 무질서한 도시 형태를 나름의 주관적 해석과 역사적, 물리적, 법적인 규제 등을 통해 분석한다. 기존의 서울에 대한 연대기적 서술이 아닌 도시를 바라보는 건축가로서 9가지의 기준으로 나눈 것 또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서울 어바니즘 p.17

Part1

서울의 도시 구조는 서양의 전형적인 도시 구조와는 크게 다르다. 서양도시들 에서는 도시 블록이 필지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도시와 건축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블록 구조는 도시의 공간적 연속성과 통합성을 강화하고, 도시 건축의 일정한 유형이나 패턴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반면에, 서울은 이러한 전통적인 블록 구조가 부재하고, 대신 개별 필지 단위의 독립적인 개발이 이루어져 왔다. 이는 도시의 건축적 연속성이나 통합성을 약화시키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수요와 요구를 수용하는 데는 훨씬 유연하고 효율적이다. 이러한 구조는 서울이 급속한 경제 성장과 도시화를 경험하면서 빠른 변화와 개발을 수용할 수 있게 한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도시 건축 유형(typology)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개별 필지 단위의 개발이 우세하므로,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도시 건축 유형이나 패턴이 형성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각 건물이나 개발 프로젝트는 주변 환경이나 기존의 도시 구조와의 연속성보다는 필지가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조건이나 지주의 다양한 욕망에 의해 결정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서울과 같은 도시의 도시계획과 건축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고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도시의 유연성과 변화에 대한 수용력을 유지하면서도, 도시 공간의 연속성과 통합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도시 계획, 건축, 공공 정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서울 어바니즘 p.19

서울과 같은 도시는 건축가나 도시 연구자의 계획적인 개입보다는 주민들의 직접적인 필요와 요구에 의해 형성된 도시 구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서울이 전통적인 계획도시의 형태를 벗어나, 보다 유기적이고 동적인 발전을 경험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의 도시건축 유형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은, 기존의 도시건축 이론이나 유형이 서울의 독특한 도시 형태와 건축 발전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도시에서는 건축 및 도시 계획에 관한 새로운 이론과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이는 전통적인 건축 유형이나 도시 계획 이론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고의 전환을 요구한다.

결국, 서울에서 도시건축 유형의 부재는 이 도시가 가지는 독특한 발전 과정과 구조적 특성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으며, 이는 건축 및 도시 계획 분야에서 새로운 이해와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서울과 같은 도시는 도시 계획과 건축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전통적인 접근 방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해석과 이론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도시, 서울에서 애써 유형을 만들어 내려는, 특히 아파트와 다가구, 다세대 주택과 같은 부분을 도시건축 유형이라 말하는 건축가 또는 도시전문가들의 의견을 반론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통쾌했다. 한국의 지방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러한 주거형태를 도시건축 유형이라고 말하는 것은 나조차도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서울 어바니즘 p.171

Part2 

이 장에서는 서울의 슈퍼블록에 대해 언급한다. 서울의 슈퍼블록이 전통과 근대의 중첩이며 식민통치를 위한 효율적인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은 익히 알 것이다. 작가의 관찰을 통해 강남의 슈퍼블록을 살펴보는 일은 꽤 흥미롭다. 강남은 500~800m에 이르는 그리드로 구획되어진, 말그대로 슈퍼블록이다. 고밀도의 복잡한 도시조직을 가진 강남은 많은 서구 도시계획을 차용했다는 주장과는 다르게 강북의 시가지 구조를 참조했다는 의견이다. 예로 광화문에서 종로까지의 거리 560m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구도심의 도시구조가 강남의 간선가로망과 슈퍼블록의 기준이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은 꽤나 합리적이다. 또한 이러한 슈퍼블록은 근대뿐만 아니라 경복궁의 크기와 종로까지의 거리, 육조대로에서 종각까지의 거리가 약 500m로 이미 방 단위의 슈퍼블록의 크기가 이미 오래 전에 구축된 도시계획이라는 추론도 흥미롭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서울이 식민지를 거치지 않고 자생적 근대화를 이루었다 하더라도, 지금의 도시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슈퍼블록으로서 보행자와 자동차의 관계를 빼놓을 수는 없는 듯하다. 서울은 서양과 다르게 슈퍼블록 내부 좁은 길까지 차량진입이 가능하다. 그 결과 차와 보행자가 얽힌 혼잡한 상황이 늘 벌어진다. 자동차는 서울 어디에나 있으며 슈퍼블록 내에 자동차를 위한 충분한 공간 확보도 불가능하다.  슈퍼블록 경계에서 느껴지는 큰 스케일감과 속도감이 내부로 들어오면 보행자 위주 도시의 친밀감, 작은 스케일, 느린 속도로 급격한 전환과 충돌이 발생하는데, 이 공간성의 변화는 서울의 역동성을 말해주기도 한다는 것을 크게 공감한다.  하지만 결국 자동차 중심과 보행자 중심의 이중구조는 보도 주차하는 괴상한 형태를 만들어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설계 및 개별적 도시건축의 제안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지만, 꽤나 어려운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주거지 슈퍼블록의 단면을 딱딱한 껍데기(hard shell)과 부드러운 속(soft york)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슈퍼블록의 이러한 이중구조, 간선도로변은 상업지역으로 고층빌딩이 테두리를 감싸고 내부로 갈 수록 저층건물의 마을과 같은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단면은 서울의 전형적인 슈퍼블록으로서 단연 독특한 구조이고 서울의 도시 정체성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이 또한 도시의 정체성으로 견고히 하기에, 세심한 정책적, 구조적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의 슈퍼블록은 개별 필지의 개발로 대지모양도 건축물의 모양도 통일된 질서를 만들지 않는다. 명확한 질서 의식 없이 필지 별 욕망이 드러나는 단편들이 모여져 만들어진 집합이라는 것이다. 해서 서울이 조각보와 같은 질서를 갖지 않고 조직을 만들어 낸 것에 빗대어 표현한다. 조각보의 모양이 다른 크고 작은 패치의 질서에 대형 패치, 아파트와 같은 대형공동주택 단지가 얹혀진다. 이러한 대형 패치는 이질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형 필지의 생성과 작은 필지의 연결이 서울이라고 말한다. 해서 필자는 서울의 아파트 단지가 갑자기 생겨나 도시를 단절시키는 존재가 아닌 기존에 있던 길과 필지의 집합으로 만들어진 서울의 도시조직에 어쩌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조화롭다가 이질적인 하나 조각보의 대형 패치와 같다고 말한다. 

단, 현재 을지로 재개발사업을 보면, 느닷없이 대형 필지가 생성되고, 도로, 주차장, 공원 등으로 재편된다.  재개발구역의 사업지역 별로 독립적인 고층 건물이 지어지고 난 후 도시공간이 새로운 집합적 질서를 형성하지 않는다는 것을 간과한다. 결국 연결성이 전혀 없는 조각보만 남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도시구조로 만들어 버리는 도심재개발에 대한 생각은 필자도 기존의 가로망과 블록을 최대한 보존 유지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심 부 슈퍼블록을 개발 또는 재개발하는 행위는 기존 서울 도시의 정체성을 간과해서 안되며, 깊은 연구와 그에 따른 결정에 심사숙고하여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자본을 위한 근본 없는 재개발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일침을 날린다. 


서울 어바니즘 p.257

Part3

서울의 가로공간에 대한 인식 부재가 도시의 가로경관의 혼재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한 생각은 매우 중요하다. 가로경관은 도시 공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그 특성은 도시의 문화와 환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로경관을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해 간판법과 같은 단순한 규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에 동의한다. 오로지 규제에만 의존하는 것은 도시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억누르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오히려 가로경관을 통해 도시의 공공 공간으로서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 가로변의 연속성과 명확성은 도시의 거리와 공간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정체성을 구축한다.

도심의 밀집화로 인한 환경의 악화는 도시 내 공지 부족이 원인이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용적률과 높이제한, 그리고 대지안의 공지를 확보하기 위한 법 등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들이 공공 공간의기능으로서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도시의 공공 공간으로서 광장을 언급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한성에서는 명확한 광장이 발달하지 않았으며, 보행자 중심의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광장인데, 서울에서의 광장은 현실적으로는 도시의 구조를 고려하여 슈퍼블록의 경계 부분이나 모서리의 보행로가 만나는 지점에 건물들로 둘러싸인 마당으로 조성될 수 있다. 이는 도시의 현실을 고려한 실용적인 해결책으로서,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과 같은 도시 마당이 서울의 도시 구조에 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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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방대함과 다양성을 담아 내기 위해 3개의 파트, 9개의 소주제로 구성된 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전달하고 싶은 욕심이 보인다. 하여 마지막 파트는 개인적으로 아쉽다. 

하지만 이 책은 도시의 복잡한 구조와 역사를 다루면서도 복잡한 용어나 개념을 일상적으로 서울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최대한 단순하게 설명하려 한 듯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쓴 배려가 느껴진다. 이는 누구나 서울의 도시 생활과 문화에 대해 더 나은 이해를 갖게 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게다가, 이 책은 동시에 독자들이 서울의 도시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 책은 서울의 문제점을 다루면서 동시에 도시의 잠재적인 문제와 해결책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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