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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Apr 03. 2024

예술과 공통장

권범철 저/ 갈무리


예술과 공통장 표지_권범철_갈무리


건축협동조합(ACOOP)을 만들어내면서, 기존 시스템(공장)에서 벗어나 건축의 다양한 면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축가들의 '공통장(commons)'에 대한 고민을 하던 차에 이 책을 접하였다. 


예술과 공통장(commons)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는지 궁금했다. 여전히 서울이라는 도시에서는 낯선, '스쾃(squat)'은 도시의 예술가에 적극적인 공통장을 만들어내는 매개체이다. 작가는 서울에서 일어난 '스쾃팅(squatting)' 사례들을 통해 예술가들이 공통장을 형성하는 방식과 대안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예술가들은 재생산을 위해 주도적인 삶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바라본다. 또한 '숭고화'를 등에 업은 예술가들을 '사랑'이라는 굴레로 만들어진 집안의 여성노동자들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 여성이 집안에서 비임금 노동을 통해 남성 노동자의 노동력을 생산한다면, 예술가들은 비임금 노동을 통해 도시의 풍경을 생산한다. 이러한 점에서 가정과 도시는 모두 하나의 공장으로 나타난다. (p. 81)

여성과 예술가는 드러나지 않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재생산을 위한 노동자라는 것이다. 하여 예술가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스쾃'을 통해 도시 공통장을 형성한다.

 

'스쾃'이라는 도시 공통장은 예술가에게 자본주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삶의 대안인가? 예술가들은 공통장을 통해 네트워크, 공동체, 새로운 터전 등을 실험해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이 대안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스쾃팅'을 통해서 초반에는 사회적 이슈가 일어나고 문화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문래동에서 일어난 '문래예술 공단' 또는 '오아시스 프로젝트'에서 나타난 것처럼 지속성은 불가능했다. 절대적인 자본주의의 힘 또는 내부적인 변질에 의해서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변형되고 사라졌다.  

복잡한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은 정부가 만든 '창조도시'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된 도시전략 안에서 공통장들은 자본과 사회에 흡수되고 상실되었다.


- 예술가들의 공통장 생산은 의도와 무관하게 주변의 풍경을 특이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p.342)

이전의 문래동이 그러했고, 지금의 을지로도 마찬가지로 예술가들에 의해 '도시의 풍경'과 '사회적 가치'를 재생산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비임금 노동자로서, 정부와 사회에 의해 이용당하며, 휘둘린다. 그렇다면 앞으로 예술가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공통장, '스쾃'은 도시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안을 만들어 낼 것인가?  지속 가능하고 포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도시 공동체를 형성하는 방식이 있을 수도 있다. 또는 예술을 통해 문제점을 드러내고 질문을 던지는 행위의 주체가 수도 있다. 이러한 노력은 정부나 자본주의와의 갈등과 협력을 통해 어떠한 형식으로든 드러날 것이다. 


여전히 어렵고, 답은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공통장이 예술뿐 아니라 여러 분야, 곳곳에서 생겨나 주길 바란다. '스쾃'의 형식이 아니어도 된다.  다만 단순하게 빈 공간을 점유하는 행위와 의식 없는 공동체적 관계를 위한 것은 공통장이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삶의 대안을 치열하게 고민해 보자.

이 책은 예술가의 공통장을 이야기하지만, 우리 모두가 도시 공통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본과 도시 공통장은 끊임없는 대립과 대안을 앞다투며, 소리 없는 교전을 할 것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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