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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 Jul 01. 2024

Interview001_작은물

‘작은 도시 이야기’ C와 ‘에이쿱’ J의 을지로 사랑 이야기에 빠져들어 저도 모르게 두 분 사이에 끼어들었어요. 마치 운명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심지어 을지로가 만들어준 인연이라 더없이 행복합니다. 저와 독자님들은 두 분의 을지로에 대한 경험과 식견을 글과 리서치 결과물로 마주할 수 있겠네요. 저에게 공간 인터뷰를 소개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부여해 주셔서 두 분께 감사합니다.


첫 번째 공간은 ‘작은물’이라는 곳입니다. 작다고 하나 그 울림은 대단히 커서 감동을 주는 공간이지요. ‘작은물’이 곳곳에 있었다면, 우리의 삶은 달라졌을까요?





Q: ‘작은물’은 처음부터 식당으로 운영되었나요?

A: 아니요. 처음에는 작업실로 구했는데, 그때 저희가 좀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같이 밥 해 먹고 그게 예술 작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 꼭 같이 지어서 같이 꼭꼭 씹어 먹어야 좀 덜 미워하고 덜 오해하고… 그런 이야기로 시작을 했어요.


Q: ‘작은물’은 3과 4층 공간이었는데 작업 공간이 어떻게 카페로 바뀌었나요?

A: 기존에 5명의 공간이었으니 3층도 작업 공간으로 쓰였었죠. 같이 밥 지어먹고 하다가 월세라도 벌어보자 이야기하다가 제가 커피를 좀 할 줄 알아서… 이게 약간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처음 2년 정도는 사업자도 없이 운영했어요.


Q: 지붕이 원래 이런 거였어요? 아님 처음부터 만드셨어요? 천정을 뜯으니 이 모양이었던 거예요?

A: 천정을 뜯으니까 나무 구조는 있었어요.  위에는 슬레이트더라고요. 여기가 제 생각에는 불법 증축인 것 같아요. 건축물대장 보면 4층은 안 나와 있어요. 그리고 여기 공간이 처음엔 거의 뭐 그냥 폐허였어요.


Q: 여기서 주무시진 않으셨어요?

A: 살아보려고 했는데, 이 동네가 살기에는 시끄럽고, 인쇄기가 밤새 돌아가는 소리도 되게 크고 힘들더라고요.


Q: 진짜 공장 소리도 그렇고 집주 근접이 불가능해 보이긴 해요. 그러면 일단 여기는 지금 작업실로만 사용하시는 거군요.

A: 그래서 처음엔 막 텐트 치고 자고…(하하)


Q: 여기 이렇게 막 바꿔도 건물주께서 터치를 안 하시는 거죠? 원래 공간의 모습은 어땠나요?

A: 건축주가 터치를 거의 안 하죠.  원래는 그냥 먼지가 엄청 쌓여 있고, 어둡고…


Q: 이 정도면 오히려 버려진 공간을 엄청 좋게 만들어준 거네요. 그럼 작업실 들어올 때부터 아예 뜯고 다시 고치신 거예요? 

A: 그렇죠. 들어온 다음에 다 뜯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카페가 되었어요. 여기에 있는 악기들도 오가는 음악가들이나 친구들이 하나씩 주고 갔어요.



Q: 공연자들은 어떻게 결정되는 거예요?

A: 저희가 기획 공연을 체계적으로 하지는 않고 여기에서 만나서 좀 친구가 되거나 같이 술 마시다가 공연할 곳이 필요하다고 하면, “며칠 후에 할까요?”

그런 식으로 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기획하는 친구들이 제안을 해주기도 하는데 아예 모르는 사이는 지양하는 편 이긴 해요.


Q: 처음에는 공연장으로 운영하려고는 안 하셨는데 그렇게 운영하게 된 어떤 이유가 있으실 것 같아요.

A: 저희가 처음에 밥 해 먹었다고 했잖아요. 원래는 초기 멤버 5명이 밥을 해 먹는 거였고 그 자리에서 각자의 작업, 우리는 음악, 누구는 그림, 글 등을 한 번씩… 요즘에 어떻게 지내냐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다 보니 노래도 불러주다, 얘 요즘에 얘랑 좀 친하게 지내는데 얘도 초대해서 같이 밥 먹이고… 그렇게 되다 보니까 관계들이 좀 되게 자연스럽게 생겼어요.


Q: 벽에 저런 건 누가 쓰신 거예요?

A: 저거는 그때 전시했던 친구들 그림이에요.


Q: 이런 것들을 남겨놓기도 하나 봐요.

A: 그렇죠. 그 당시에는 되게 좋았어요.


Q: 의도하신 건 아닌 것 같은데, 이 안에서 아름다운 미가 있는 것 같아요. 전시 기획을 하실 때 어떤 기준이 있는 걸까요?

A: 일단은 자연스럽지 않은 거를 되게 경계하는 편이고, 혼자 결정하는 건 아니고 일요일 날 일 같이 하는 친구 와도 이야기 나누고 또 가까워진 멤버 아닌 멤버의 친구들도 있으니까 좀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요. 주변에서 상업적으로 잘 되게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저희만의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Q: 그 유명세를 치르면, 여러 가지 얘기도 들어오고 아까 말한 것처럼 투자 기획 같은 제안도 들어오고 하잖아요. 이런 유혹은 거둬내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A: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있어 서요. 이름도 ‘작은물’ 이니까요. 뭐 가끔 후회할 때도 있어요. (하하) 어떤 때는 또 너무 우리가 너무 오만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여기서 되게 좋은 친구들 많이 만났고 생각보다 되게 막 너무 신기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던 것 같아요.


Q: 그중 재미있고 신기한 에피소드 한 개 정도 말씀해 줄 수 있으세요?

A: 컴필레이션 앨범이 만들어졌다거나… 한 번은 집주인과 갈등이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다들 막 화가 나고 저희는 그냥 또 떠나도 괜찮지 않을까 그것도 아름다운 그림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주변에서 막 힘을 앞에서 내주고 오히려 더 환해지고 그런 것들을 좀 보면서 ‘이제는 ‘작은물’이 우리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구나!’ 뭐 그런 것도 배우고요.

나라는 사람은 돈은 한 푼도 못 벌었는데 약간 사람 부자는 된 것 같아서요…


Q: 지금의 작업물은 그런 사장님의 취향을 온전히 담은 공간일까요?

A: 아니에요. 저는 깔끔한 거 좋아해요. (하하)


Q: 사장님 집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 아닌가요?

A: 미니멀리즘? (웃음) 근데 자연스러운 거 좋아하긴 해요. 자연스러운 거… 그냥


Q: 뭔가 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다 모이면서 알게 모르게 룰 같은 것도 생기고 같이 만들어 간다는 게 있는 것 같아요.

A: 코로나 때 히피? 친구들이 여행하다가 갑자기 들어와야 했을 때, 그 친구들 사이에서 서울에 가면 ‘작은물’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나 봐요. 그래서 점점 시커멓고 머리 막 이런 친구들이 오더라고요. 의도했던 건 아닌데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문화의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엄청 펑크 한 친구들도, 엄청 마이너 한 친구들까지…


Q: 그럼 여행 작업 같은 것도 그때의 영향이 있는 건가요?

A: 있는 것 같아요. 저 친구가 갑자기 와서 여기서 전시를 하고 싶다고, 근데 작업을 되게 열심히 하는 친구였어요. 그 친구가 여행 떠나기 전에 여기에서 그림 그리는 친구들의 모임이 중 한 일원이었는데 한 2~3년 정도 세계여행 떠났다가 돌아와서 혹시 ‘작은물’에서 전시 좀 하고 싶다고…


Q: 특정한 기획이 아니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들의 에너지와 문화가 녹여있는 느낌. 이전에 말씀하셨던 솥밥 나눠 먹는 그런 문화의 느낌을 만들면서 사람들이 링크되어 생각지도 못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작은물’ 공간에 그림이나 추억들이 남겨지네요. 육일봉과 결은 다르지만 이런 부분이 비슷해 보여요.

A: 육일봉이 있어서 되게 든든했던 점은 제가 어려워하는 부류의 친구들이 거기에서 안식을 얻더라고요.      



Q: 한국에서 진짜 소중한 공간 같아요. 한국 문화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즐기는 곳이 많지가 않은데, 여기 와서 갈증을 풀고 갈 것 같아요. 근데 하필 왜 ‘을지로’ 여기로 오게 된 걸까요?

A: 제가 한 10년 전쯤에 이쪽 동네에 관심이 좀 있었고 세운 상가 도시재생 팀이 있었는데, 또 아는 분의 아는 분이어서 잠깐 연구를 같이 할 수 있냐 그래서 잠깐 같이 인터뷰하고 기록하고 하다가… 근데 여기 자주 오다 보니까 을지로가 되게 흥미롭잖아요. 그때는 더 신기했었거든요. 그래서 그러면 오늘 여기 을지로에서 만나서 놀자 그러고 같이 밥 먹자. 그래서 그 친구 멤버들이 여기에 자주 오게 되다가 우리가 맨날 남의 공간에서 밥 해 먹는 그런 거 하지 말고 공간 만들어서 우리가 밥을 해 먹어 볼까? 뭐 그렇게 돼서 들어오게 됐어요.


Q: 그때는 여기가 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이 많지 않았죠?

A: 많지는 않았어요. 신도시라는 공간이랑 한두 개 공간 정도 더 있었던 것 같아요. 신도시가 많은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Q:  앞으로의 ‘작은물’은 그대로일까요?

A: 여기서 되게 좋은 만남이 많았고 그러면 뭔가 다른 모습으로도 존재할 수 있겠구나.

나는 좀 떠나는 게 여기 관계와 커뮤니티한테는 내가 사라지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Q: 그런 생각은 언제부터 생각하셨어요?

A: 사실 ‘작은물’을 만들고 금세 그러긴 했는데 한 5주년 지나고는 이거 내가 마음을 세게 먹어야겠구나 싶었어요.


Q: 건강한 방식,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왜냐하면 한 사람의 오너십보다는 그 문화는 계속 사람들에 의해 유지하고 또 바뀌고 진화가 되는 거라고요.

A:  맞아요.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여기서 배운 거는 이게 나만의 공간이 아니고 나도 이거 내가 이렇게 고생했는데 그러니까 내 색깔로 내 공간하고 싶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으면서 너무너무 행복하고 너무너무 멋진 뭐랄까… 신비한 그런 사건 사고들이 많아서 그런지 많이 배우고 엄청 기쁘게 당연하게 인정하게 되는 것들이 있어요.

해외여행 갔다가 떠돌아다니는 히피들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고 했잖아요. 밖에서 고생하고 그러다가 여기에 오면 되게 안정감을 느낀다는 거예요.

제가 좀 쌀쌀맞게 대하기도 하고 낯도 가리는 편이라 친근하게 못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편안함을 느낀다 더라고요. 공간이 주는 힘인 것 같아요. 공간이 작용하고 약간 살아 움직이는 그런 것도 분명히 있다는 거를 예전엔 다른 사람들이 그런 얘기하면 뭔 소리 하는 거야 그랬는데, 이젠 조금 공간이 주는 힘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많은 이들이 '작은물'에 찾아가 안식을 얻습니다. 단순히 커피를 팔고 공연을 주최하는 행위 너머, 사람들의 연대와 기억이 공존하며 살아 숨 쉬는 무엇처럼 느껴지는 곳. '작은물'에서 윤상 님과의 대화는 치유 같았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귀한 시간을 내어주신 윤상님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드립니다.


Interviewer:

연세대학교 Studio X_Unit2 _이현준(Hyunjun Lee), 정용운(Yongwoon Jeong), 허성우(Sungwoo Her)


작은물 Instragram: https://www.instagram.com/zak_eun_mul/

작은물 Youtube:      https://www.youtube.com/@zakeunm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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