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부석사 아침
부석사 아침
가을이 완전히 물들기 전이었지만, 내 마음은 이미 포근하고 안락했다. 이른 아침, 서둘러 향한 곳은 영주의 부석사 무량수전이었다.
부석사로 오르는 길, 초록에서 노랑으로 조금씩 물드는 은행잎들이 길손을 맞는다. 그 길은 마치 세속의 번뇌를 벗기듯, 무아의 세계로 나를 이끈다.
한 계단, 또 한 계단 발끝을 옮길 때마다 세상의 허물이 저절로 털려나가고, 마음은 어느새 하얀 구름처럼 가벼워진다.
천왕문을 지나 안양루를 통과해 무량수전으로 오르는 길은 극락세계로 향하는 여정과도 같다.
무량수전을 등지고 서면, 안양루 너머 멀리 산 능선 위로 피어오르는 구름이 또 다른 세상으로 나를 데려가는 듯하다. 이곳은 마치 제비집 둥지 속처럼 아늑하고 포근하다.
책에서, TV에서 수없이 들어왔던 그 문장 —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 오늘 나는 그 기둥에 직접 기대어 그 울림을 온몸으로 느낀다.
‘무량수’는 죽음이 없는 무한한 생명을 뜻한다. 그래서 아미타불을 ‘무량수불’이라 부르고, 무량수전은 극락정토를 상징하는 아미타여래불을 모신 전각이라 한다.
무량수전은 1376년에 중수된 목조 건축물로, 국보 제18호이다. 전면이 아닌 측면에 불상을 모시고, 부드럽게 부풀린 배흘림기둥과 주심포 양식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수백 년의 세월을 견딘 이 건물이 아직도 숨 쉬듯 살아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오늘 이곳에서 생명의 연장을 허락받은 듯한 감동을 느꼈다. 오래도록 마음에 품었던 나의 버킷리스트,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 보기” — 그 소망을 드디어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