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4기 극복기

26. 자연의 소리

by 큰나무


실례합니다.

무엇이든 먹기만 하면 잠시 후 어김없이 신호가 찾아옵니다.

그때마다 자연의 ‘가죽피리’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길을 걷다가도, 시장 골목을 지날 때도, 그 소리는 모양도 다르고 냄새도 다릅니다. 소화가 잘 된 것인지, 그렇지 못한 것인지, 혹은 이삼일이나 배설하지 못해 누적되었을 때 나오는 것인지—그 향기만으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늘 창피합니다.

특히 여러 사람이 모여 있을 때, 외식을 마치고 붐비는 지하철에 올라탔을 때, 속에서부터 창자가 꿈틀거리며 신호를 보낼 때면 마치 노란 신호등이 켜지는 듯합니다. 그러다 결국 자연이 밀어내는 그 순간, 골짜기에 메아리치듯 울리는 소리가 난다면… 그 곤혹스러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누구나 생리현상은 자연스럽게 있는 것이지만 너무나 자주 발생하는 것은 ...


그러나 나에게는 ‘자유의 시간’도 있습니다.

내 방에 혼자 있을 때.

그때만큼은 마음껏, 광야에 울려 퍼지듯 시원하게, 소리도 향기도 자유롭게 내보낼 수 있습니다. 누가 뭐라 할 사람도, 눈치 볼 이도 없으니 이 시간이 어쩌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공공장소에서 방귀를 금지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는 목요일 오후 6시 이후에는 공공장소에서 방귀를 뀌어서는 안 된다는 법이 있다는 겁니다. 오후 5시 59분까지는 괜찮지만, 6시가 넘으면 대중에게 해를 끼치는 ‘공적 방해’로 본다나 뭐라나. 과연 6시 이후라면 무조건 참아야 할까? 참는다고 참아지는 걸까?


나는 스스로에게도 수없이 묻습니다.

얼마나 많은 날들이 지나야 지금의 이 ‘현상’이 멈출까.

위의 70% 이상을 잘라낸 뒤로, 나는 한 번에 내 정량을 먹을 수가 없습니다. 천천히, 소량으로, 자주 먹어야만 그나마 갖고 있는 체력을 유지할 수 있지요. 그래서 어디를 가든 간식을 챙겨 다닙니다.


먹는 만큼 위에서는 제대로 소화를 못하고 소장으로 내려간 음식물은 억지로 소화를 시켜야 하고 영향을 흡수해야 되기 때문에 수시로 채워진 뱃속에 장은 언제나 뱀처럼 꿈틀거리며 배변을 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혹시 이 소리가 멈춘다면, 나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 소리는 내가 살아 있다는 표시가 아닐까요.


그러니 이 소리가,

내 안의 자연이 들려주는 이 솔직한 울림이…

오래오래 퍼져 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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