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아내는 바쁘다.
아내는 늘 바쁘다.
날은 부쩍 추워졌고, 어머니의 요청으로 미루어 두었던 본가 방문은 결국 연말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본가는 단독주택이다. 아파트와 달리 겨울이면 집 안까지 냉기가 깊숙이 스며든다. 거실은 마룻바닥이라 양말을 신고 있어도 발끝이 시리고, 겉옷을 벗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결국 난로를 켠다.
예전부터 리모델링을 하자고 했지만, “얼마나 더 산다고 이걸 고치느냐”는 말에 그저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돌이켜보면, 돈 든다는 이유가 더 컸을 것이다. 그 생각이 들면 괜히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아내 곁에서 도와준답시고 서성거려 보지만, 돌아오는 말은 “걸리적거리니 비키라”는 핀잔뿐이다. 그래도 괜히 곁을 떠나지 못한다.
아내는 밑반찬부터 찌개 거리, 국까지 이틀을 꼬박 준비한다. 하나하나 만들어 냉장고에 차곡차곡 채워 넣고, 차에 싣기 전에는 다시 냉장 가방에 담는다. 그렇게 준비한 가방이 여섯 개나 된다.
시장을 다니는 일조차 쉽지 않은 어머니가 매 끼니 식사 준비를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이 수고가 결코 과하지 않다는 걸 안다. 이번에는 4박 5일을 머물 예정이다.
있는 동안만이라도 잘 챙겨 드리고 싶다는 마음, 그것이 아내의 마음이다.
말로 다 하지 못했지만, 그 마음이 고맙다.
난로보다 더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