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상

63. 봄의 문을 열다.

by 큰나무


우리 인헌포럼에서 관악산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사당역에서 출발하여 인헌고개 낙성대공원 서울대정문 관악문을 거쳐 호압사 석수역까지 약 11km에 4시간 정도이다.


2시간 정도가 나의 임계치라고 생각했는데 그 두 배를 더 걸으려니 이마의 땀방울은 송골송골 발걸음이 느려지고 맨뒤로 처져 따라가야 했다.


둘레길이라 그다지 힘든 길은 아니지만 올해도 체력회복에 부단히 애써야겠다.


다시 이 길을 걷는다면 호압사에서 벽산아파트 방향으로 내려가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 적당하겠다.


멀리서 실려오는 봄의 화신은 바람결에 귀밑머리 스치고 양지바른 진달래 꽃망울은 아기솜털 속에서 잠결에 깨어나듯 발가락을 꿈틀대는 것 같다.


더 걸어가야 하는 역 근처에 예정된 식당은 가지 못하고 생고기김치찌개로 점심 먹는데 칼칼하고 맛있는 국물은 나에겐 너무 매워 거의 먹지 못했다.


지하철 타고 돌아와 당구 한게임을 하는데 온몸이 피곤하여 서있는 자체가 힘들고 오랜만에 잡아본 큐대인지라 감각이 떨어지니 이리저리 잘도 피해 간다.


저녁식사로 새로 오픈한 중국집에 탕수육에 짜장 한 그릇씩 먹는데 속으로 번창하길 바랐다.


어느 방송인이 식당에 가면 사인요청을 받는데 정말 맛있으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쓰고 맛이 별로라 생각하면 '번창하세요'라고 쓴단다.


무리한 하루가 길었지만

2026년 3월의 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조금 무리했고, 조금 느려졌고, 조금 빗나갔지만, 분명히 걸어왔다. 계절이 움트듯 나도 다시 한 걸음을 내디딨고 오늘도 내가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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