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상

64. 영국신사가 된 그는

by 큰나무


잿빛 중절모에 짙어진 주름살, 희끗한 턱수염이 그의 질긴 인생을 말해주듯 선배는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마주했다.


한국에 살았던 세월보다 바다 건너 보낸 세월이 훨씬 많아 팽팽하던 젊음이 화살처럼 지구를 몇 바퀴 돌아버렸다.


내가 꼭 10년 전 런던에 갔을 때 일식집을 하고 있었고


가이드 경험을 살려 우리 가족을 태우고 템즈강을 끼고 런던시내는 물론이고 런던대학과 옥스퍼드 대학 그리고 명문 프로축구 첼시홈구장도 구경시켜 주었다.


저녁에는 자기 가게에서 저녁식사까지 직접 요리해 주고 얼마나 반갑게 대해주던지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였다.


지금은 모든 사업을 정리하고 버밍엄으로 이주하여 아담한 분식집을 하는데

가게가 작으니 세금부담도 덜하고 부부가 오붓하게 운영하니 골치 아픈 일도 없어 여유롭단다.


요즘 K-POP. K-드라마 등 대단한 한류 때문에 이삼십 대 젊은이들이 그의 분식집을 찾고 있으니 그 덕분에 먹고 산단다.


안 해 본 일 없이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살았던 세월, 끊임없이 무엇을 할까 고민과 연구 그리고 우둔할 정도로 억척스러운 고집이 도쿄에서 3년 영국에서 37년의 세월을 이겨내고 있었다.


영국은 소득에 50% 정도가 세금으로 징수되고 물가와 부동산 가격이 높으니 젊은이들이 나라밖으로 탈출 러시를 이루고 역시나 그의

딸과 아들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 이주를 꿈꾸고 있단다.


영국의 연금은 67세부터 받는데 내년부터 받게 되어 좀 더 편안한 삶이 되겠다고 하네.


그곳에 사는 동안 그의 억척스러움이 나타난 그의 저서 '포토벨로 마켓에서 세상을 배우다'를 읽고 세상은 노력하는 자에게 대가가 주어지고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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