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 의료용 침대를 들여놓으려니 공간 확보가 안되어 장롱 한쪽을 분리하여 위쪽으로 옮기면 될 것 같아
혼자 힘으로는 안되고 누나와 동생, 매재와 힘을 합쳐 자리 이동 시키니 넓고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었다.
장롱 위치 바꾸고 침대 놓은 것 밖에 없는데 아버지는 이것도 낯설어하시고 자꾸 여기가 우리 집이 아닌 것 같다고 하신다.
오랫동안 사용해 온 공간적 개념이 바뀌니 이런 작은 변화에도 적응이 쉽지 않으신가 보다.
밤새 뒤척이고 소변을 보러 간다고 하면 소변줄 있다고 하니 그런가 했다가 다시 또 가겠다고 반복적으로 하시니 잠도 못 자고 돌보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가위로 소변줄을 잘라버리겠다고 하시니 주위에 도구가 될 만한 것은 모두 치워버렸다.
아침이 되면 정신이 돌아온 듯 틀니 끼고 식사 좀 하시고 관장 후 대변도 보시고 신문도 보면서 나라 걱정도 하신다. 잠시 혼돈의 시간도 있지만,
밤만 되면 소란스럽게 과다행동을 하시니 어려움이 가중된다.
나는 며칠 만에 집으로 올라왔지만 가까이 살고 있는 누나는 살림 제쳐두고 아버지 돌봄에 여념이 없다.
신경외과에 진료하여 신경안정제 처방받아 복용하니 그날 밤은 조용히 수면을 취하셨다.
(참고)
섬망은 의식과 지남력(날짜, 장소, 사람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기복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질환입니다. 주의력 저하, 언어력 저하 등 인지 기능 전반의 장애와 정신병적 장애가 나타납니다.
섬망은 혼돈(confusion)과 비슷하지만, 과다행동(안절부절못함, 잠을 안 잠, 소리 지름, 주사기를 빼냄)과 생생한 환각, 초조함, 떨림 등이 자주 나타납니다. 섬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갑자기 발생합니다.
섬망은 비교적 흔한 질환입니다. 전체 병원 입원 환자의 10~15%가 섬망을 경험하며, 특히 수술 후 또는 노인에게 흔하게 나타납니다. 섬망은 심각한 내과적, 외과적 또는 신경학적 질환이나, 약물 중독 또는 약물 금단 상태에서 나타납니다. 단일 질환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증후군입니다.
고령자가 골절, 외상 등으로 수술을 받게 되는 경우 섬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