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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야기

6. 3살 어른과 7살 어른

by 큰나무

엊그제 같던 가을날에 본가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는 대문만 덩그러니 열려있다.


거동도 불편한 몸으로 두 분이 어디를 가셨는지?

아들이 온다는 걸 아시면 골목에 나와 서성이시던 모습은 없고,


현관 열쇠가 없어 들어가지 못하고 핸드폰으로 연락하니 금방 오신다는 말씀이다.


잠시 후 승용차에서 내리시는 두 분 앞에

나와 비슷 한 연배의 남자가 아버지를 부축하여 걸어오고 계신다.


아버지 친구분의 아들이다.

아버지 친구부부는 우리 부모보다 더 거동이 불편하지만 보고 싶어 아들차에 타고 와서 맛집에 가서 점심식사를 같이 하고 우리 부모님을 모셔다 드리는 중이었다.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도 못 할 만큼 그 아들은 소나기 퍼붓듯 말하는 것이다.

아이고 "3살 어른 세분과 7살 어른 한분 "를 모시고 식사하고 왔다고


3살 어른은 자기 부모와 우리 아버지를 7살 어른은 우리 어머니를 일컫는다.


그만큼 움직임이나 생각이 둔해져 있다는 것이고 모시고 다니기 어려움을 나름 표현한 것이리라.


어쨌든 노부부들은 서로 들리지 않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식사를 하시는데 그 아들은 웃어 죽겠다고 한다. ( 여기서 대화란 서로 각자 자기 말만 하신단다.)


그래도 '아름다운 모습' 이라며 우리도 그렇게 늙어 갔으면 좋겠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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