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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4기 극복기

2. 제22차 항암치료를 마치며

by 큰나무

아내는 일찍 일어나 약밥과 따뜻한 커피물을 데우고 사과 한 개를 깎아 작은 그릇에 담는다. 6시 반^


오늘은 항암치료를 받는 날,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서둘러 아침요기를 준비한 것이다.


동트기 전 어스름 달빛이 내 차 안에 들어와 함께 동행한다. 외롭지 않다.

항상 아들이나 딸이 운전해 병원에 갔었는데 오늘은 내가 손수 운전한다.


암병동에 주차한 후 채혈실로 큰 걸음 바삐 걸어가니 이미 와 있는 환자들이 접수기 앞에 줄줄이 서있다. 참~ 많다 환자.


채혈 후 환자들 위해 마련된 휴게실에서 챙겨 온 요깃거리를 커피와 함께 마신다.


옆에 좀 나이 들어 보이고 누추하게 보이는 부부는 싸 온 호박죽을 드시는데 서로 애틋한 눈빛을 주고받는다.

아마 여자 쪽이 환자인가 보다.

어떤 사연으로 어떤 질병이 왔는지?

손이라도 잡아주고 싶다.


깜깜한 우주에 끝없이 떠돌던 희미한 작은 별.

언제 어디쯤에 어느 별에 다다를까?

노심초사 기약 없던 나날들!

지구 끝에 깜박이는 등대 불빛을 쫓아

젖 먹던 힘까지 쏟아 노 저어 왔다.


무려 20개월 동안에 22번의 항암치료와

중도에 힘겨운 절제수술 과정도

일상의 어울림이라 생각하고 견디며,


무심히 왔다 가는 세월의 마지막 날에는 위내시경과 CT를 찍고

내년 1월에는 좋은 검사결과가 나와서

새 기분으로

웃음을 되찾고 밥 맛 차 맛 ( 술맛 만은 아니 되오~^ )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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