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항암치료. 그 끝자락에서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이른 새벽 6시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병원으로 향했다. 7시가 채 되기 전 암병원에 도착하니 한결 여유로운 주차장이 반긴다. 출입증을 확인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 채혈을 마치고, X-ray 촬영을 한 후 혈액종양내과에서 접수를 마치니 어느덧 10시 진료시간까지 기다릴 시간이 주어진다.
지하 2층 휴게실로 내려가 가져온 빵과 과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그래도 쉽게 흐르지 않는 시간에 잠시 눈을 붙여본다. 이 모든 과정이 너무도 익숙해져서 마치 일상의 한 부분처럼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휴대폰에 진료실 앞으로 오라는 문자가 도착했다.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진료실 앞에 도착하니 사람들로 북적인다. 우리도 아내와 딸이 함께 했으니, 환자와 보호자 둘, 여느 가족들과 다를 바 없다.
간호사가 이름과 주민번호를 확인하고, 곧 담당 의사와 마주 앉았다. CT, 내시경, X-ray 결과 모두 깨끗하다고 한다. 그리고 조심스레 전하는 한마디.
"이제 항암치료를 중단하겠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그토록 기다려온 말이었다. 드디어 항암주사와 약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었다. 의사는 앞으로 식사에 신경 쓰고 꾸준히 운동하라며 당부했다.
6개월마다 추적관찰을 하겠다는 말에 혹시 3개월마다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단호하게 6개월마다 보자는 대답이 돌아왔다. 순간 멍해졌지만, 그만큼 상태가 좋다는 뜻이겠거니 마음을 다잡았다.
진료를 마치고 다음 일정을 잡기 위해 간호사를 기다리는 동안, 병원 앱으로 진료 기록을 찾아봤다. 종양표지 수치가 눈에 들어왔다. 기준치가 0~5.7인데 내 수치는 6.3 기준보다 높았다.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 담당 의사가 이 수치를 못 봤을 리 없겠지만,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찾아보니 CEA 종양표지는 암이 아니어도 높게 나올 수 있다지만, 여전히 찝찝한 마음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도 오늘은 항암치료를 끝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다. 명절이 지나고 2월엔 대장내시경도 받아봐야겠다. 혹시라도 있을 용종은 미리 제거해야 하니까.
오늘, 긴 터널을 지나 빛을 마주한 날.
조금은 무겁지만, 그래도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