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아버지의 소망
처음 몸이 아프시기 시작했을 때, 아버지는 얼른 나아서 친구들 모임에 나가겠다고 하셨습니다. 간신히 한 발씩 떼어 화장실에 다녀오시고도 스스로가 대견하신 듯한 표정을 지으셨지요.
한 달에 한 번, 고교 동기들 모임은 이제 네 분만 남았습니다. 모두 연로하셔서 청각도 좋지 않아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아도, 그저 얼굴 한 번 마주하는 게 좋으신가 봅니다. 얼굴을 보고,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고작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아버지는 그 시간을 무척 그리워하셨습니다.
편찮으셔서 거동이 어려우실 때는 젊은 시절 허리가 아파 받았던 처방전을 기억하셨습니다. 약재들을 꼼꼼히 적어두고는, 장날이 되면 그 약재들을 구해 달여 먹어야겠다 하셨지요.
요즘은 누가 약재를 달여 먹냐며 어머니는 타박하셨지만, 아버지의 고집을 누가 꺾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요즘은 그 처방전 이야기도 어느새 잊으신 듯, 더는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이제 아버지의 소망은 단순하고 소박합니다. "대문 밖에 한번 나가보고 싶다" 하십니다.
어느 날은 화장실을 다녀오신 뒤, 문득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금방 죽을 것 같지는 않다. 문밖 세상이 보고 싶다." 그 말씀이 아릿하게 마음을 찌릅니다.
아버지가 그리워하시는 문밖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