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상

12. 설 하루 전날

by 큰나무


어젯밤부터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뉴스에서는 폭설 소식이 이어지고, 귀성길이 험난하리라는 예보가 흐른다. 길 위에서 흘려보낼 시간과 차 안에서 꼼짝없이 갇혀 있을 고통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제 밤, TV를 보다 말고 벌떡 일어났다. 가방을 싸고 짐을 챙겨 차 시동을 걸었다.


한밤중 운전이 조금 피곤하긴 해도 밀리는 도로를 생각하면 차라리 이 편이 낫다고 여겼다. 다행히 아내와 딸, 아들도 별다른 불평 없이 따라나섰다.

그렇게 무리 없이 달려 새벽 1시, 본가에 도착했다.

초인종 소리에 늦은 밤까지 기다리시던 노모께서 서둘러 문을 열어주셨다.


서른 해가 넘도록 매년 이 고향길을 달려왔다. 앞으로 몇 년 더 올 수 있을지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마당으로 나가 보니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 있었다. 어린 시절 눈 쌓인 마당을 쓸던 기억이 떠올라 어느새 빗자루를 집어 들었다. 마당과 골목길을 쓸었더니 금세 숨이 거칠어진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떡을 찾으러 나섰다. 하지만 그새 내린 눈이 차 위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다시 마당과 골목을 쓸고, 차 위에 눈을 털어내며 앞유리에 얼어붙은 얼음을 녹이는 데 한참이 걸렸다.


미끄러운 길을 천천히 기어가듯 운전해 떡집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뒤였다. 누님이 맞춰놓은 떡을 찾아 나오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 한 조각을 입에 넣으니 입맛이 절로 돌았다. 그 맛에 하나 더 집어 들고 말았다.

눈은 오락가락 멈출 기세가 없다. 벌써 다섯 번이나 마당을 쓸었는데 오늘 하루에 몇 번을 더 쓸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대설 경보는 여전히 방송 중이다.


이렇게 설에 많은 눈이 내리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오늘 밤에도, 설날 오전에도 눈 소식이 이어진다고 한다. 아마 올해는 성묘하러 가는 길이 쉽지 않을 듯하다.



노모와 아내는 딸의 도움을 받으면서 전 부치기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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