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거룩한 의식, 좌욕
거룩한 일상의 힘: 하루 세 번의 좌욕
나는 하루 세 번, 경건한 마음으로 좌욕을 한다. 누군가에게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단순한 행위는 내 삶의 일부이자, 회복을 위한 의식이다.
먹고 자고 배설하는 평범한 일상이 당연했던 시간은 이제 과거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당연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몸으로 배워가고 있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거치며 나의 삶은 달라졌다. 위의 70%를 절제한 이후, 예전처럼 마음껏 먹을 수도, 자연스럽게 잠들 수도 없었다. 소화되지 않은 음식에, 늘 부족한 에너지 속에서 하루를 견뎌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항문에 이상이 생겼고, 결국 수술까지 받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배설의 불균형은 일상의 불균형을 뜻했고, 이 작은 흐트러짐이 일상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때 항문외과 의사가 힘주어 말해주었다. "하루 세 번 좌욕을 하세요. 그것이 가장 좋은 처방입니다." 그 말이 내게는 하나의 다짐이 되었다.
처음에는 번거로웠지만, 좌욕은 점차 내 하루를 지탱하는 의식이 되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며 나는 혈액순환의 따뜻함 속에서 작은 희망을 느낀다. 약보다, 수술보다, 이 단순한 습관이 내게 더 큰 치유를 주었다.
좌욕은 단순한 위생 관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나의 일상을 회복하려는 노력이며,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이다.
하루의 리듬을 지키고자 하는 몸부림이자, 다시 예전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일. 이 세 가지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기본이다.
좌욕을 하는 것은 바쁜 일상 속에서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하루 한 번이라도 하자. 그것은 거룩한 의식이며, 자신을 되찾기 위한 작고도 위대한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