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한 지붕 아래 그림
오늘은 큰딸이 퇴근하고 우리 집에 오는 날이다.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기에, 가까운 우리 집에서 하룻밤 묵기로 한 것이다.
큰딸이 오는 날이면, 나는 그동안 차마 혼자 해결하지 못해 미뤄두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핸드폰이나 갤럭시 탭, 노트북, 컴퓨터 조작 기능등 능숙하지 않은 기기들에 문제가 생기면, 일단 손을 놓고 기다린다. 바로, 큰딸이 오기를.
요즘 젊은이들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척척 잘 해낸다. 나로서는 답답하고 어려운 일도 딸에게는 손쉬운 일인가 보다. 그래서 나는 어느새 믿고 부탁하게 되었고, 여태껏 해결이 안 된 적도 없으니 마음이 든든하다. 오늘도 큰딸은 내 속을 시원하게 뚝딱 해결해 주었다. 집에 와서도 민원 하나를 해결했다고 업무의 연장이라고 어깨를 으쓱하며 웃는다.
이럴 때마다 나는 '한 지붕 삼대'가 함께 사는 삶을 그려보게 된다. 아니, 적어도 가까운 거리에만 살아도 얼마나 좋을까. 언제든 서로 도울 수 있고, 정을 나눌 수 있다면, 삶은 훨씬 따뜻해질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손주를 돌봐 줄수도 있고 외로움을 달래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될 테니, 모두에게 좋은 일 아닐까.
가족이란, 이렇게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존재다. 오늘도 나는 딸 덕분에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미루었던 숙제들을 해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