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삿포로 여행 (1)
이번 5월 연휴에 스페인 산티에고 순례길을 가고 싶어 1년 전에 알아보니 이미 예약이 끝나버려 여러 궁리 끝에 부모와 같이 하는 여행으로 계획을 변경하여 둘째 딸은 삿포로 여행으로 예약해 두었었다.
그 시간이 언제 올까 잊고 있었는데 낮과 밤이 물 흐르듯 흘러 어느덧 가방을 꾸리게 되었다.
어버이날 선물이라고 말하더니 떠나기 전에 단톡방에 올린 '부모님 십계명' 읽어 보니 한마디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따라만 다니라는 것 같다.
부모님 여행 10 계명
하나. 아직 멀었냐 금지
둘. 음식이 달다 금지
셋. 음식이 짜다 금지
넷. 겨우 이거 보러 왔냐 금지
다섯. 조식 이게 다냐 금지
여섯. 돈 아깝다 금지
일곱. 이 돈이면 집에서 해 먹는 게 낫다 금지
여덟. 이거 무슨 맛으로 먹냐 금지
아홉. 이거 한국 돈으로 얼마냐 금지
열. 물이 제일 맛있다 금지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부모들 마음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세대들은 옛날 서울 가기보다 더 쉽게 바다건너에 다니고 있다.
내 병을 알기 직전에 규슈의 유후인으로 온천여행을 같이 다녀온 뒤라 믿고 보는 둘째 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유후인 온천여행은 그저 안락하고 편하고 푹 쉬는 여행이었다면 이번 삿포로 여행스케줄을 보니 편하겠지만 체력적인 부담이 요구되는 일정 같아
여행 중 민폐 끼치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이 걷고 다리 힘도 키우고 체력도 많이 끌어올리려 노력했다.
하지만 바다 건너 생소한 음식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 마음대로 먹을 수 있을지 조금만 잘 못 먹으면 화장실 자주 다녀할 경우가 생길 것 같아 신경이 무척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