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아버지의 봄소풍
아침에 일어나신 것 같은데 밤새 화장실을 몇 번을 다녀오셨는지 또 그새 잠드셨다.
한 달 전만 해도 일어나자마자 아주 느리지만 마당을 걷고 신문 가져다 보는 일이 순서였는데 어제는 피곤하셨는지 아침잠에 빠지셨다.
어제는 시골집에 보모님을 모시고 누나, 매형과 동생부부 함께 가서 텃밭일들을 하느라 땀 좀 흘렸다.
아버지는 언덕 위의 감나무 그늘에 포대자루 깔고 앉아 관리 감독하시는지 어거 해라 저거 해라 간섭이시다. 매실나무 감나무 가지 좀 잘라내라 어린 대추나무 밑 풀 베어내라 호박 구덩이에서 막 떡잎이 나온 가장자리도 풀 베어내라 등
당신이 직접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거동이 여의치 않으니 이것저것 참견하신다.
기울어가는 시골집 안방 바닥을 닦아내고 상을 펴고 마루에도 상을 펴고 토방에서 고기 굽고
금방 따온 상추 쑥갓 등으로 삼겹살을 쌈 해 먹는다.
아버지도 쌈이 맛이 있는지 시원찮은 틀니로 작게 잘라놓은 삼겹살을 상추쌈에 오물오물 씹으시며 연거푸 맛이 있다고 하시네.
길고양이 두 마리 고기 냄새에 언제 왔는지 마당 한구석에 자리 잡고 앉아 야옹야옹 외쳐댄다.
고기 한점 던져주면 쏜살같이 다가와 낚아채간다.
대소변 보는 불편 때문에 안 가신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 한참을 고민 끝에 따라나선 것이다.
다른 곳은 가지 않겠다고 하시는데 시골집은 웬만하면 가시려고 하시기 때문에 미리 물어보고 마음준비하시도록 한다.
얼마나 가고 싶고 동네 풍경도 보고 싶고 이웃주민들도 만나고 싶은 마음을 알기에 그리고 집에만 계시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기분전환 하실 겸 되도록이면 움직이고 무엇보다 자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보고 싶은 마음을 알기에 모시고 다녀야 한다.
지금 이렇게라도 움직이고 같이 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한 일이다.